국민의힘이 ‘주4.5일 근무제’를 추진하고 대선 공약에 이를 넣기로 했다. 근로시간과 급여는 이전과 동일하다는 설명이지만 보수 진영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근로일수 단축 공약을 내건 셈이다. 재계에서는 조기 대선을 맞아 포퓰리즘 정책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으로 제안된 국민 여러분들의 정책 중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주4.5일제를 소개한다”며 “정책으로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울산 중구청을 예시로 들며 “주40시간 근무시간을 유지하면서도 금요일 오후에 휴무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중구청이 시범 운영 중인 이 제도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의 기본 근무시간 외에 1시간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한 뒤 퇴근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권 비대위원장은 “업무 공백을 막고 시민에게 기존과 같은 서비스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정원의 25% 범위 내에서 모든 직원들이 순환 방식으로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며 “총근무시간이 줄지 않기 때문에 급여에도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비대위원장은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주4일제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의 주4일제는) 근로시간 자체를 줄이되 받는 급여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비현실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 오히려 노동시장에 큰 혼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이번 공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 제도가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에 효과적으로 적용될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연장근로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생산성 제고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경영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의 표만 노린 현실과 유리된 정책이 공약으로 남발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주4.5일제 공약이 포퓰리즘 정책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며 “공약 부재 비판을 면하고 표심 확보만을 위한 ‘고육지책’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주4.5일제 도입 검토와 함께 주당 52시간 근로 규제의 폐지도 추진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 충분한 근로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며 해당 산업군에 대한 주52시간 규제 혁파를 주장해왔다. 권 비대위원장은 “산업 현장에는 일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반대로 일이 적을 때 충분히 쉴 수 있는 유연한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며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비롯해 주52시간 규제로 인해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는 산업 분야를 면밀히 분석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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