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엑소더스 코리아’를 그만하고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고 외국 기업도 오고 싶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경제위기 돌파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손경식 회장을 만나 기업의 불편 사항을 청취하고 국내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당부했다. 김 전 장관은 특히 고질적인 청년실업을 예로 들면서 “미국의 관세 쓰나미를 피해 기업들이 전부 미국에 투자를 하면 우리 청년들은 어디에 취업을 하느냐”고 청년 입장을 대변했다. 다만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먼저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전 장관은 “모든 것을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일률적인 규제도 문제”라면서 “국회가 지나치게 노조의 눈치를 보고 기업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투자 확대는 어렵다”며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주4.5시간제 추진에 대한 이견도 드러냈다. 그는 “정년·근로시간·노동법제를 법률로 정해 일률적으로 하는 것은 산업 특성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전 장관은 경총 방문에 앞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박정희대통령기념관도 방문했다. 그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동상이 창고에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을 광화문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청년·대학생 정책 제안 전달식도 가졌다. 청년의 반발이 나오는 개편된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는 “청년들도 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만들기 위해 제2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기성세대로서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의 빅텐트와 관련해서는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16일에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 회동을 가지고 통합 행보를 이어가기로 했다. 같은 날 안철수·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오 시장과 회동한다.
다른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 역시 앞다퉈 대선 공약을 내놓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성장하는 중산층 시대’를 국가 비전으로 내세우고 인공지능(AI) 3대 강국(G3), 국민소득 4만 달러, 중산층 70% 확대를 성장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AI 강국 도약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5년간 AI 인프라·생태계 조성에 총 200조 원의 투자를 제안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AI 산업 100조 원 규모 투자 공약 발표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국가 차원의 산업 컨트롤타워로는 가칭 ‘미래전략부’를 신설해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겠다는 방침이다.
나 의원도 이날 잠재성장률 1%, 국민소득 4만 달러, 경제 5대 강국(G5) 진입을 목표로 하는 ‘G5-AI 강국 공약’을 발표했다. 미래 먹거리 산업 발전을 위한 ‘100조 미래 성장 펀드’를 조성해 AI·반도체·바이오 등 초격차 기술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나 의원은 이 전 대표의 AI 100조 원 투자 공약에 대해 “좋은 말만 모은 ‘백화점식 나열’ 계획은 막대한 예산 낭비로 이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회 양원제, 정·부통령제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 정치 부문 공약을 발표했다. 또 헌법재판소를 폐지하는 대신 대법원에 헌법재판부를 설치하고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전 시장은 이어 오 시장과 비공개 만찬을 갖는 등 중도층 지지율 흡수를 둘러싸고 다른 주자들과의 경쟁을 본격화했다.
한편 이날 마감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등록에는 총 11명이 신청했다. 당 일각에서 출마론이 제기됐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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