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첫 재판에 출석해 검찰과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검찰은 프레젠테이션(PT) 자료를 준비해 계획적 내란 모의와 실행이라고 주장했고 윤 전 대통령은 93분간의 진술을 통해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강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4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칭하겠다”고 한 뒤 국정 상황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인식, 비상계엄 사전 모의와 준비 상황을 언급한 후 “피고인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했다. 이어 “위헌·위법한 포고령에 따라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정당제도 등 헌법과 법률의 기능 소멸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규정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며 “비상계엄은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를 위한 조치였다”고 강변했다.
검찰은 우선 2024년 3~4월께 삼청동 안가에서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신원식 당시 안보실장 등과 가진 모임이 ‘비상계엄 사전 모의’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야당과의 갈등을 이야기하며 “비상조치를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밝혔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해당 모임은 국가 안보와 방첩 역량 강화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고 내란 모의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봄부터 계엄을 준비해왔다는 주장은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며 “계엄을 쿠데타나 내란과 동일선상에 두는 것 자체가 법적 판단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국회가 즉각 해제를 요구하자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계엄이 해제된 사건을 두고 내란을 구성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12·12나 5·18처럼 장기간 진행된 내란 사건도 공소장은 간결했다”며 “이번 공소장은 조서를 단순히 모자이크처럼 이어붙인 형태로 이런 상태에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6년간 검사 생활을 했지만 (검찰) 공소장의 논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내란의 핵심 혐의인 국회 병력 투입과 관련해서도 팽팽히 맞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으로부터 ‘특전사 간부 위주로 출동 가능한 병력이 1000명 미만’이라는 보고를 받고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위헌·위법적인 포고령을 근거로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무장 군인 약 1600명과 경찰관 약 3790명을 동원해 한 지역의 평온을 해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고 정치인을 체포하려 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계엄의 목적은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였으며 정치인 체포 지시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출석한 증인들의 진술은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의 발언과는 배치됐다.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은 상부로부터 국회에서 ‘정치인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했다. 조 1경비단장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에 진입해 국회의원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김 대대장은 이상현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국회 본관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이 특전사를 활용한 군 동원 계획도 사전에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특전사 1공수여단은 국회와 민주당사, 3공수여단은 선관위를 확보하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정보사령부는 선관위 직원 체포 및 조사를 위한 계획과 함께 권총과 실탄도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보고를 통해 알게 됐고 직접 지시한 적은 없다”며 “해당 보고를 받은 직후 관련 시설로의 병력 투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의원 체포나 국회 봉쇄를 지시하기 위해 6차례 전화를 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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