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시장 변동성 증가에 힘입어 1분기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가속화하면서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해 1분기 47억 4000만 달러(약 6조 48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주당 순이익은 14.12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58달러)보다 22% 늘었다. 특히 주식 트레이딩 부문에서 사상 최대인 42억 달러의 수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고정수입·통화·상품 트레이딩 수익도 2% 늘어난 44억 달러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의 실적 호조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증가한 시장 변동성에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와는 확연히 다른 경영 환경에서 2분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고객 지원을 이어갈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도 1분기에 각각 수익이 증가하며 골드만삭스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투자은행 부문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투자은행 수수료는 19억 달러로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시장 벤치마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가 올해 들어 약 9%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IPO가 회복하지 못한 탓이다. M&A 시장도 침체된 상태다. 로이터는 "기업들이 100년 만에 가장 가파른 무역 장벽을 헤쳐나가고 있는 만큼 신중한 태도로 돌아서 향후 몇 달 간 IB부문의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축하하던 업계의 감정이 극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새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의 자금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자산 및 자산 관리 부문(기관 및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부문)의 매출도 3% 감소한 36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 자산 부문의 한 임원은 이달 초 관세 정책이 발표된 직후 "성장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관세가 발표되고 나중에 연기되자 금융기관과 경제학자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예측을 높였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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