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 동안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의 무상급식 예산 확대 등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시위 슬로건은 ‘다크(Dark·암울한) 인도네시아’였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전 국민 무상급식과 무상 건강검진, 저소득층 주택 300만 채 공급, 최저임금 7% 인상 등 무분별한 대선 공약을 밀어붙이고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신규 무상 정책들이 전부 시행되면 정부 예산의 약 10%를 차지하게 된다.
핵심 정책인 무상급식은 초중고교생, 5세 이하 아동과 임산부 등 전국 9000만 명에게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하루 한 끼와 우유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라보워 정부는 지난달 올해 무상급식 예산을 기존의 71조 루피아(약 6조 3000억 원)에서 171조 루피아로 대폭 늘렸다. 이 사업에는 연간 460조 루피아가 필요하다. 문제는 무상급식 재원 마련을 위해 중앙·지방 정부의 재정 지출을 306조 7000억 루피아나 줄이기로 했다는 점이다. 도로·교량 등 인프라 건설, 연구개발(R&D), 중소기업 지원, 교육 등 일자리 창출과 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분야의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이 때문에 신규 채용 공무원들의 근무가 늦어지고 고학력 청년들의 실업난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5%대 성장률을 기록한 인도네시아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2월 물가는 0.1% 하락하며 25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만큼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다. 군인 출신인 프라보워 대통령은 저소득층 지지율이 85.8%까지 오르자 군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고 고액 자산가들은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 집권 이후 인도네시아 증시와 루피아화 가치는 10% 이상 급락했다. 올해 1~2월 재정 적자 규모만 31조 2000억 루피아에 이르는 등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6·3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의 대선 주자들도 인도네시아를 반면교사로 삼아 포퓰리즘 경쟁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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