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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이어 '불목' 생길까…대선 앞둔 정치권 '주4일제' 공방 [이슈, 풀어주리]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6월 3일 치러질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현행 ‘주 5일 근무제’에서 근로 시간을 단축한 ‘주 4일 근무제’가 화두로 부상했다. 원내 최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 4일제 도입 의지를 나타내자 국민의힘은 이를 비판하면서 현행 근로 시간은 유지하고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주 4.5일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근로 시간 단축은 지속적인 고령화로 국민연금 수급 문제와 맞물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와 함께 산업·노동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주목 받는다.

주 4일 VS 4.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대선 출마를 위해 최근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잘사니즘’(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그 실현 방안의 하나로 주 4일제를 제시했다. 당시 그는"AI(인공지능)와 첨단 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근로) 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 노동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기준 1인당 연간 근로 시간이 2022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 근로 시간 1752시간보다 149시간 많은 1901시간이라는 통계를 인용하면서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 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로부터 2달이 지난 14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고 이번 대선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주 4.5일제를 시범 실시하고 있는 울산 중구청의 ‘금요일 오후 휴무’ 제도를 소개하면서 “직원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기본 근무 시간 외에 한 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한 뒤 퇴근하는 방식”이라며 “총 근무시간이 줄지 않기 때문에 급여에도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업무 공백을 막고 시민에게 기존과 같은 서비스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정원의 25% 범위 내에서 모든 직원들이 순환 방식으로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며 “기존 주 5일 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주 4.5일제의 실질적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개선 효과를 가져오는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주 4일제 및 4.5일제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을 줄이되 받는 급여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비현실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며 “근로시간을 줄이게 되면 받는 급여도 줄어드는 것이 상식이라는 비판에 대해 민주당은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더라도 생산성과 효율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주 4.5일제 검토와 함께 업종 특성을 고려한 주 52시간 폐지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돼 있다.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으면 1주 간 근로시간은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2018년 7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된 ‘주52시간’ 제도다. 주 5일 근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러한 근로시간에 대해 민주당이 줄이자는 의견을 제시하자 국민의힘은 유지하면서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워라밸 개선을 추진하자는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

주5일제에 ‘불금’ 탄생


우리나라에서 주 5일 근무제 도입은 2003년 8월 29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결정됐다. 1주 44시간이었던 근로시간을 4시간 줄인 40시간으로 정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주 5일제를 2004년 7월 금융·보험업 및 공공 부문,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11년 7월 사실상 대부분의 사업장에 해당하는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내용이다. 주 5일제의 도입에 따라 토요일이 휴일로 자리 잡으면서 휴일 전 금요일 밤은 불태워서 신나게 놀자는 의미를 담은 ‘불금’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주 4일제 도입으로 금요일도 휴일이 된다면 같은 방식으로 ‘불목’이 등장하게 될지 주목된다.

고도성장기의 유산인 긴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논의가 본격화된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김대중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으로 지목된다. 김영종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2008년 학술지 ‘현대사회와행정’ 18권 3호에 게재된 논문 ‘노동정책결정과정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형성의 실패요인분석’에서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는 공공 부문은 물론이고 민간 부문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급증한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활용하고자 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 2월 노동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기구로 노사정위원회가 설립되면서 근로시간 단축이 정부의 정책 의제로 부상했다. 노사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는 2002년 전면 시행을 주장한 반면 경영계에서는 2002~2007년 사업장 규모별 단계적 시행을 주장하는 등 입장이 엇갈린 끝에 결국 2002년 7월 합의가 결렬됐다. 노사의 반대 속에서 노동부가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입법예고안을 9월에 발표했고, 국무회의를 거쳐 10월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003년 8월 21일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이어 같은 달 29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교수는 “정부와 여당(새천년민주당,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당정 정책조정위원회에서 주 5일제 법안을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기로 결정하고 야당인 한나라당(현재 국민의힘)도 같은 의사를 지니고 있었다”며 “상당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합의의 결실은 전혀 보이지 않고, 행정부와 국회의 제도적 결정만 산출되는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해 당사자인 노동계·경영계 간의 합의 없이 정부·의회 주도의 제도 변화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당시 주 5일제는 평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에 더해 휴일에도 연장근로시간 16시간이 가능해 1주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이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일·생활 균형 및 1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 국정과제로 추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8년 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같은 해 7월부터 시행되면서 1주 최대 근로시간은 현재의 52시간으로 줄었다.

‘주 4일제’ 자리 잡으려면


워라밸과 복지를 중시하는 추세가 지속되면서 주 4일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주 5일제 도입 당시처럼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앞서 도입된 해외 및 국내의 사례가 주목 받는다.

박지성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등 연구진은 2024년 학술지 ‘조직과 인사관리연구’ 제48집 2권에 게재된 논문 ‘근로시간 단축(주 4일제) 관련 글로벌 동향 분석과 변화 방향 제언’에서 해외 및 국내의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근거로 근로시간 단축의 주요 이슈를 조명했다.

대표적인 해외 사례는 뉴질랜드 비영리단체인 '주 4일제 글로벌 실험(Four Day Week Global, 4DWG)’이 2022년 ‘100% 급여를 주고 80% 근무 시간으로 100% 성과를 낸다’는 100-80-100 원칙을 기반으로 기업 생산성 및 근로자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6개월 간 진행한 실험이다. 미국 및 아일랜드, 영국, 호주 및 뉴질랜드, 캐나다에 본사를 둔 총 108개(최종 설문 참여 기준) 기업이 참여한 이 실험 결과에 대해 국가별 연구기관들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참여 기업들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미국 및 아일랜드의 경우 10점 만점에 9점, 영국은 8.3점, 호주 및 뉴질랜드는 8.2점이다. 연구진은 이 결과에 대해 “참여 산업이나 기업 수가 제한적이기는 하나 조직 밎 구성원 수준에서 긍정적인 효과들을 공통적으로 보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도 “대규모 기업이나 제조업 및 일반 서비스업에서도 보고서에서의 효과들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결과 축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 외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는 벨기에가 2023년 2월부터 기존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하루 근무시간을 줄이는 유연근무 방식의 주 4일제를 공식 허용했다. 프랑스는 이미 2002년부터 1주 법정 근로시간을 35시간, 또는 연간 근로시간을 1600시간으로 규정했다. 일본에서는 히타치와 같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 근무제가 속속 도입되는 추세다. 연구진은 국내에서 임금 삭감 없는 전면 주 4일제를 도입한 사례 중 하나로 온라인 교육 기업 에듀윌을 제시하면서 성공적 정착의 관건은 결국 생산성 확보라고 진단했다. 에듀윌은 2019년 임금 삭감 없는 전면 주4일제를 전면 도입했다가 수익성 악화로 2023년 사실상 주 5일제로 돌아갔다.

연구진은 근로시간 단축의 최대 이슈로 생산성 저하 우려를 꼽으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투입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감소된다면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에서 대대적인 가치 혁신이 이뤄져야 하며 이는 경영진을 포함한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구체적인 행동 방식부터 추상적인 경영 철학에 이르는 전 과정을 탈바꿈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 4일제가 도입되더라도 성공적인 정착 여부를 좌우할 핵심은 개별 기업의 성과에 달려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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