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협상을 종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대미 보복 카드를 잇따라 꺼내 들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쌓은 ‘내성’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전쟁에서 중국과의 ‘힘의 균형’을 잘못 계산했다”며 “중국이 더 유리한 패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우정청은 이날 미국으로 가는 화물이 포함된 우편 접수를 해상의 경우 당장 이날부터, 항공은 이달 27일부터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테무·쉬인을 겨냥해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폐지하고 관세율도 다음 달부터 120%로 인상하기로 하자 미국에 소포를 일절 보내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엔비디아의 범용 인공지능(AI) 칩 ‘H20’에 대해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한 것에 대한 반격으로 읽힌다. 중국은 앞서 자국 항공사들에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사로부터 항공기 인도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이달 4일부터는 자동차와 드론, 로봇까지 필수인 희토류와 자석의 수출을 전격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이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의 ‘큰손’인 만큼 보잉이 입을 피해가 크다는 점과 광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약점을 정조준한 반격이다.
중국은 이날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 겸 부부장을 왕서우원에서 리청강으로 전격 교체했다. 왕서우원은 트럼프 1기 마지막 해인 2020년 미중 무역 협상에 나섰던 인물이며 리청강은 세계무역기구(WTO) 중국 대사를 지내는 등 상무부에서 수십 년간 국제 협상을 맡아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당초 미중 무역 협상에 방점을 찍고 대미 협상 전문가를 뒀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행보가 지속되는 한 대미 협상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하고 다자 협상 전문가를 낙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 차관 출신인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리 대사는 국제 규범에 정통한 다자외교 전문가”라며 “(미국 보호주의에 맞서) 다자주의 질서를 강조하고 싶은 시 주석의 기조에 맞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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