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2+2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 출국길에 오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품목별 관세가 집행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 등을 협상의 우선순위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23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분하고 신중하게 협상에 임하려 한다”면서도 “지금 당장 25%의 관세가 부과돼 산업 피해가 상당한 자동차 등의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해법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부분의 대미 수출품에 적용되는 25%의 상호관세는 90일 유예했지만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품목별 관세를 적용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자동차부품 등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관세를 부과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수출 통계에서는 관세 부과의 여파가 확인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4.3% 줄었다.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기 시작한 승용차(-6.5%)와 철강(-8.7%)의 수출 실적도 급감했다.
안 장관은 미국이 10월부터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이번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도 협의할 예정”이라며 “양국 간 교역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원만한 해결책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2+2 협상을 장기적인 관세협상의 물꼬를 트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한 시간 남짓한 협상 시간 동안 모든 사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기 때문에 주요 사안에 대한 양 측의 입장을 교환하고 협상을 시작할 틀을 짜겠다는 이야기다.
미국에 먼저 도착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단은 미국 측 관심 사항을 경청하고 우리 입장도 적극 설명할 예정”이라며 “그렇게 해야 도움이 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장관도 “이번에 무역 불균형 등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조선·에너지 분야 등 양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산업 분야에서는 협력을 이어 나갈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미일 관세 협상 당시와 같이 미국 측이 안보 문제를 거론하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협상장에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섣부른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는 “저희로선 지금 해야 할 일들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시간이 더 필요한 사안들은 다음 정부와 잘 협의해서 우리 산업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 2+2 통상 협의 합동 대표단에는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외에도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포함됐다. 2+2 통상 협의는 한국 측에선 최 부총리와 안 장관이, 미국 측에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참석한다. 안 장관은 2+2 회동에 이어 그리어 대표와 별도의 개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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