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출범을 알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의 싱크탱크 ‘성장과통합’은 당내 인사가 아닌 학자와 전직 관료들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성장’을 공통 주제로 분야별 학식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모아 정치색을 뺀 실질적인 정책을 구상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출범식을 연 성장과통합은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와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를 각각 상임공동대표로 두며 총 34개의 분과로 구성됐다. 회원 수만 약 500명에 달한다.
구성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동안 민주당이 강조해온 ‘분배’에서 탈피해 성장에 방점을 찍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우선 장병탁 서울대 인공지능(AI)연구원장과 김진아 한국외대 LD학부 교수,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AI 권위자로 꼽히는 장 공동대표는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에 특화된 연구 경력을 갖고 있다. 최근 이 후보가 “AI 투자 100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만큼 장 공동대표는 AI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 예산 확충, 인재 양성 제도 등 기획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표적인 성장론자인 하준경 한양대 교수도 경제정책분과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 후보의 경제 책사로 평가받는 하 교수는 20대 대선 때도 이 후보의 싱크탱크였던 ‘세바정(세상을 바꾸는 정치)’에서 경제1분과 위원장을 맡아 경제 공약 개발의 중심에 있었다. 거시경제 학자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해온 만큼 향후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부 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세바정에서 경제2분과 위원장이었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하 위원장과 함께 경제정책분과를 책임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성장전략분과 공동부위원장을 맡았다. 증세론자인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조세·재정분과 위원장을 맡았고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공동위원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통상 위기가 격화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구상할 리더로는 공동대표인 김양희 교수가 낙점됐다. 2022년 경선 당시 세바정 대표를 맡았던 이 후보 ‘정책 멘토’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이번에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허 상임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 3년간 민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우리 사회가 극심한 분열을 겪었다”며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고 이들이 실패해도 성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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