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의 비소폐소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얀센의 ‘리브리반트’를 함께 사용하는 요법이 올 1분기 미국 의료현장에서 본격 시행돼 약 2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해 8월 렉라자에 대해 품목허가한 후 실제 판매 규모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매출의 80%가 미국에서만 발생했던 만큼 다른 국가로 확장되면 매출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렉라자 매출 로열티를 배분받는 유한양행, 오스코텍, 제노스코 등의 1분기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J&J)은 15일(현지 시간) 렉라자-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이 올 1분기 글로벌 매출액 1억 4100만 달러(약 2009억 9550만 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J&J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 매출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J&J의 올 1분기 매출액은 218억 9000만달 러(약 31조 2392억 원)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순이익은 238% 증가한 109억 9900만 달러(약 15조 6967억 원)를 기록했다. 호아킨 두아토 J&J 최고경영자(CEO)는 "라즈클루즈(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이 몇몇 치료제들과 함께 이번 매출 성장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J&J는 1분기 어닝 콜 자료에서 항암제 분야 매출이 4.2% 성장한 요인으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출시 이후 계속된 성장"을 직접적으로 꼽았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 매출은 대부분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 내 실적은 1억 1300만 달러(약 1600억 원)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지난해 미국과 유럽, 올 초 영국·캐나다·일본에서 시판 허가를 따냈다. 올해 중국에서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다. 미국 이외의 글로벌 시장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진출할 경우 급격한 성장세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조 울크 J&J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2027년까지 시장 예측보다 2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경쟁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대비 전체 생존기간(OS)이 1년 이상 늘어난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아울러 유럽에서는 리브리반트가 피하주사(SC) 제형 승인을 받아 편의성도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1차 치료에서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유한양행·오스코텍·제노스코 등의 올 1분기 실적에 ‘렉라자 효과’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개발 및 허가에 따른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과 별개로 매출 관련 로열티를 받는다. J&J의 자회사인 얀센이 렉라자 수익을 유한양행에 배분하면 유한양행이 60%, 오스코텍·제노스코가 각각 20%씩 나눠 갖는 구조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판매 로열티가 올 1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단순 기술료 수령을 넘어 매출 연동 구조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시장에서도 올 1분기 유한양행의 렉라자 효과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올해 매출은 2조 2771억 원, 영업이익은 11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 115% 높아졌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에서 올 2분기 출시가 예상되고, 유럽에서는 하반기에 마일스톤이 유입될 것"이라며 “올해부터 렉라자 마일스톤 및 판매 로열티가 유한양행 실적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를 따라잡는 게 과제다. 타그리소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선호 요법으로 등재된 반면 렉라자 병용요법은 권고 단계에 머물러 있다. 권 연구원은 "시장은 렉라자 병용의 시장 점유율 상승 추세 등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올해는 신약 개발 성과가 실적으로 입증돼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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