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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조사받는 엔비디아…젠슨 황 "中서 흔들림없이 사업"

[中 'AI 굴기'에 칼 빼든 美]

H20 당국 허가 받아야 판매 가능

AMD·인텔 칩도 對中 수출 차단

의회 "딥시크 안보에 심각한 위협"

亞 고객 세부정보 2주내 답변 요구

"황, 딥시크 량원펑 등 中 기업과도 회동"


엔비디아가 700조 원이 넘는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내놓았지만 인공지능(AI) 가속기 H20의 대(對)중국 수출이 제재를 받게 됐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특정 제품이 아닌 ‘최대 대역폭’을 지목한 만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미국 의회가 중국 AI 딥시크의 안보 위협을 거론하며 엔비디아의 AI 칩 중국 수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엔비디아에 튀면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GTC 2025’ 무대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 제공=엔비디아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급기야 대중 반도체 수출까지 제재를 받으면서 엔비디아가 미중 협상판에서 가장 큰 ‘칩(chip)’이 됐다”고 짚었다. 반도체를 뜻하는 ‘칩’과 도박에 쓰이는 ‘칩’의 철자가 같다는 점에서 착안한 비유다. 엔비디아는 전날 장 마감 이후 H20이 대중국 수출 허가 대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판매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수출규제 대상에 오른 것이다.



H20은 엔비디아가 대중국 수출규제 속 전용 AI 칩셋으로 만든 제품이다.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은 물론 전 세대 주류 모델인 H100보다 75%가량 느려 중국 외 국가에서는 사실상 수요가 없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에만 180억 달러에 달하는 H20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날 엔비디아가 수출제한 조치로 1분기에 추가될 비용으로 밝힌 금액만 55억 달러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매출채권 비중이 높아 향후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AI 가속기 수출규제는 엔비디아만 겨낭한 조치는 아니다. AMD와 인텔 역시 각각 MI308, 가우디 칩셋의 수출이 차단됐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텔이 고객사에 보낸 공지를 인용해 미 상무부가 ‘초당 D램 대역폭 1400GB(기가바이트) 이상, 초당 입출력 대역폭 1100GB 이상, 합산 초당 1700GB 이상’인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HBM3E 12단 대역폭은 초당 1200GB를 상회한다. 내부 입출력 속도를 감안할 때 최신 HBM을 탑재한 반도체는 사실상 중국으로 수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데이터센터 전용 AI 가속기는 물론 고성능 게이밍용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수출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 최신 GPU RTX 5090은 메모리 대역폭이 무려 1792GB에 달한다. 게이밍 GPU를 AI 개발에 사용하는 우회로까지 막아선 것이다.



미국의 광범위한 규제 확대는 딥시크로 대표되는 중국의 AI 굴기 속도를 늦춰 궁극적으로 중국의 AI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이날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딥시크가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딥시크는 수집한 정보를 중국 정부가 소유한 통신 업체 ‘차이나모바일’과 연결된 인프라를 통해 전송한다”며 “중국 수출이 금지된 미국 반도체를 기반으로 미국 기술을 훔쳐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딥시크 설립자 량원펑은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하드웨어 유통 업체, 전략 연구소와 관련돼 있다”며 “중국 AI 모델의 위험성에 대처하기 위해 반도체 수출통제를 확대하는 한편 싱가포르 등 ‘우회 수입로’에 대한 수출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가 보조를 맞춰 대중국 AI 압박 수위를 높이고 나선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딥시크에 대한 징벌 조치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의 딥시크 접근을 차단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엔비디아는 대중국 불법 수출 의혹까지 받게 됐다. NYT는 “미 하원 미중전략위원회가 엔비디아의 아시아 지역 칩 판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며 “엔비디아는 2주 안에 아시아 11개국 내 모든 고객사에 대한 세부 정보를 답변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딥시크에 AI 칩셋을 고의적으로 제공했는지 따져보겠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불과 이틀 전 5000억 달러 대미 투자 계획을 내놓았던 엔비디아로서는 뒤통수를 맞게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엔비디아는 이날 “미 정부 규정을 철저히 따르고 있으며 정부가 H20 판매에 반대했다는 지침은 없었고 싱가포르 수출은 대부분 미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라며 “엔비디아는 미국 내 일자리와 인프라를 창출하고 수십억 달러의 세금과 무역적자 완화로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7일 중국 당국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찾은 것으로 알려져 사태 수습을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황 CEO는 “중국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계속해서 중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중앙TV(CCTV)가 전했다. 그는 “(미국의 수출통제에도) 흔들림 없이 중국 시장에 서비스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CEO는 또 이날 중국 경제 ‘실세’로 통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별도로 접견하고 량원펑을 포함한 중국 기업 관계자와도 만났다고 FT가 전했다. 허 부총리는 황 CEO와 만난 자리에서 "엔비디아를 포함한 더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 세계 경쟁에서 앞선 기회를 잡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에 황 CEO는 "중국 시장을 계속 깊이 다지고 미·중의 경제·무역 협력 발전을 위해 적극 역할 할 것"이라고 답했다.

황 CEO가 중국 최고위 당국자부터 최대 고객들까지 하루 만에 두루 만난 것을 두고 이번 방문이 중국과 엔비디아가 사전에 세밀하게 조율한 일정이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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