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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에 中 수출 공장 강제휴업 속출

■관세전쟁에 몸살 앓는 美中 경제

의류 등 수출품목 주문 전면 중단

재고 해소 위해 친인척들에 강매

근로자는 하루벌이 2만원도 안돼

“이러다 다 죽는다” 위기감 커져

18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에 자리 잡은 한 물류창고에서 직원들이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하고 쌓여 있는 박스들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우한국인상회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사실상 양국 교역은 중단된 상태다. 세계 최대 제조업 밀집지이자 세계 최대 도매시장인 중국 저장성 이우에서는 미중 관세전쟁 후 미국 바이어가 사라졌으며 주요 수출 품목인 의류 등의 주문은 전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우한국인상회를 이끌고 있는 이상조 회장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발 관세 때문에 한국 상인들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혔다”며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 시장에는 약 7만 5000개의 점포에 20만 명의 종사가가 상주하며 거래되는 품목만 180만 종에 달한다. “이우에서 살 수 없으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규모는 물론 거래 품목도 다양하다. 특히 미국으로 생필품, 주방 용품, 액세서리, 의류 등을 수출하는 상인들이 많다. 최재형(가명) 씨는 “이우에서는 공장을 보유한 한국 업체는 거의 없고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현지 공장에 생산을 맡겨 수출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45%까지 관세를 올린 후에는 미국 업체와의 계약이 모두 홀딩됐다”고 전했다. 최 씨는 “이미 수출 계약을 했지만 미국으로 제품을 보내게 되면 제품 가격이 2배를 넘는 만큼 바이어들이 물건을 보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잔뜩 쌓인 완제품이 문제다. 부식되거나 포장이 상할 수 있어서다. 계절을 타거나 유행하는 상품은 시간이 지나면 쓸모없게 된다. 이 회장은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몰라 대책 없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으로 수출선을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그는 “언제라도 갑자기 수출이 재개될 수 있는 만큼 섣불리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돌릴 수도 없고 무엇보다 새로운 거래선을 확보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금 압박도 걱정이다. 황동식 이우한인회 명예회장은 “중국 업체들에 발주한 물량은 계약금만 준 상태라 물건을 아직 안 받고 있지만 조만간 잔금을 내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자금 부담에 줄파산하는 업체들이 나올 수 있다.



중국 현지 수출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저장성·장쑤성·광둥성 등 주요 수출 지역에서는 미국발 주문이 사라지면서 상당수 공장이 강제 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직원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직원들이 요가 바지, 전자제품, 핸드백 등 상품을 헐값에 판매하거나 지인이나 친척에게 강매하는 식이다.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수출하지 못하면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는 회사도 속출하고 있다. 의류 업체의 한 관계자는 “관세전쟁 전만 해도 하루에 300∼400위안을 벌었는데 요즘은 운이 좋아야 100위안(약 1만 9500원)을 번다”고 토로했다.

15~19일까지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렸던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Canton Fair·캔톤 페어)에서도 ‘관세 폭탄’ 충격이 포착됐다. 일부 미국 바이어들은 중국 기업들에 “유럽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해줄 수 있냐”며 생산 라인을 옮길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고율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다. 중국 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7~13일 중국 항구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주보다 6.1% 감소했다. 직전에는 전주 대비 1.9% 증가했으나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우시의 한 창고에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수출되지 못하고 쌓여 있는 박스. 이상조 이우시 한국인상회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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