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의 안저사진을 보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신속하게 선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했다.
천근아·최항녕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박유랑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팀과 개발한 AI 모델의 ADHD 선별 정확도가 96.9%에 달했다고 21일 밝혔다.
ADHD는 학령기 아동의 5~8%에서 나타나는 신경발달장애다. 주의력 결핍, 충동성, 과잉행동이 주요 증상으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학업, 사회적 관계, 정서적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정상 행동과 증상 간 경계가 불명확한 데다 인터뷰, 설문지 평가로 진단할 경우 검사자의 주관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망막 안저 사진 1108개와 학습 알고리즘 모델 4가지, 오토모프 파이프라인(AutoMorph Pipeline) 기술을 사용해 AI를 개발했다. 오토모프 파이프라인은 망막 혈관을 형태학적으로 분석해주는 연구 도구다. ADHD 환자는 특정 부분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시각적 선택적 주의력(Visual Selective Attention)'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AI가 망막 안저 사진을 보고 시각적 선택적 주의력의 손상 정도를 예측함으로써 ADHD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천근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망막 안저 사진을 ADHD 진단의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 뿐 아니라 시각적 선택적 주의력 등 실행기능의 결함까지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안저검사는 촬영 시간이 5분 이내로 매우 간편하기 때문에 ADHD 치료제에 대한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데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npj 디지털 메디슨’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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