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최소 1960년대부터 운영해 온 것으로 분석됐다. 생물무기는 인간 또는 동식물을 사망시키거나 피해를 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병원성 물질을 사용하는 것으로, 화학무기 및 핵무기와 함께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된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2025 군비통제·비확산·군축 합의와 약속의 준수·이행' 연례 보고서에서 "미국은 북한이 생물무기(BW)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물무기금지협약(BWC) 제1조 및 제2조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1975년 발효된 BWC는 협약 당사국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방적, 보호적 또는 기타 평화적 목적에 정당화될 수 없는 유형과 양의 미생물 또는 기타 생물무기 물질이나 독소를 개발, 생산, 비축, 취득 또는 보유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와 북한을 포함해 187개국이 가입돼 있다. 생물무기에는 페스트균·탄저균 등 세균, 에볼라·천연두 등 바이러스, 보툴리늄 등의 독소, 이밖에 폭탄·미사일·분무기 등 장치·장비 등이 포함된다.
BWC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생화학 무기의 잔혹함을 목격한 주요국들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미국, 영국, 일본, 소련 등은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세균의 무기화에 착수했고 미국·영국 등은 2차 대전을 전후로 상당한 양의 세균 무기를 비축했지만 1950~1960년대에 폐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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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북한의 생물무기 보유 시점은 "최소 1960년대 이후"라고 명시했다. 특히 생물무기에 쓰이는 물질인 세균, 바이러스, 독소를 생산할 기술적 능력 보유 배경을 "군사적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북한 국가과학원과 다른 출처에서 보고된 ‘유전자 가위(CRISPR)’ 같은 기술들을 활용해 생물학적 제품을 유전적으로 조작할 역량을 보유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물무기 제조의 역량 내지 잠재력을 갖췄다는 미국의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또 "북한은 분사기나 독극물 펜 주입 장치 같은 비(非)재래식 시스템을 통해 생물무기 물질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은 이를 화학무기 사용 수단으로 활용해왔으며, 생물무기 물질을 은밀히 운반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생물무기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생명공학 기술 및 전통적 무기 생산 인프라를 유지하고 있으며, (군사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과학 분야에서 다른 나라와의 협력이나 생물학적 장비 및 물질 구매를 통해 능력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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