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 중인 비만·당뇨병 치료제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3상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여 경구용 비만약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이달 17일(현지시간) 오포글리프론 3상의 탑라인(주요 지표) 분석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유효성 및 주사용 GLP-1 약물과 일치하는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오포글리프론은 위고비, 젭바운드 등 블록버스터 주사제인 ‘GLP-1’ 약물을 먹을 수 있게 만든 저분자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다. GLP-1은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당초 당뇨병 치료에 사용했으나, GLP-1이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비만약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표된 ‘ACHIEVE-1’ 연구는 릴리가 당뇨병,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3상연구 7건 중 첫 번째 연구다. 해당 3상에서 릴리는 2형 당뇨병 환자 559명에게 40주간 오포글리프론 혹은 위약(가짜 약)을 매일 투여했다.
오포글리프론을 매일 3㎎, 12㎎, 36㎎ 복용하는 그룹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했더니 당화혈색소가 1.3~1.6% 줄었다. 이 약의 효능 평가를 위한 1차 평가지표는 ‘혈당(당화혈색소·A1C) 감소’로, 위약의 0.1% 감소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1차 지표를 충족했다.
환자들의 체중도 최대 7.3㎏(7.9%) 줄었다. ‘체중 감소’는 2차 평가지표였는데, 하루 한 번 오포글리프론 3㎎을 복용한 환자들은 40주 후 평균 4.7%(4.4㎏), 12㎎ 복용군은 평균 6.1%(5.5㎏), 36㎎ 복용군은 평균 7.9%(7.3㎏) 체중이 줄었다. 반면 위약 복용군은 평균 1.6%(1.3㎏) 감량됐다.
릴리는 올해 말까지 체중 관리 목적으로 허가 신청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당뇨병 치료제로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이자, 암젠 등 먹는 비만약을 개발하던 경쟁사들이 최근 개발을 중단한 상황에서 나온 발표라 더 주목받았다.
먹는 GLP-1이 최종적으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자가 주사해야 하는 걸 꺼려했던 사람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달성한 체중 감량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먹는 GLP-1 제제는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가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된 상태다. 올해 1월 아이큐비아(의약품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는 오포글리프론이 내년 첫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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