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치솟고 있는 일본이 미국산 쌀 수입을 늘려 물가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미일 간 관세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내주 열리는 미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비관세 장벽 개선안과 함께 미국산 쌀 수입 확대를 공식 제안할 방침이다.
22일(현지시간)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미국 측 요구를 반영한 대책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일본 정부는 쌀 수입 확대 외에도 미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안전기준 완화 등 비관세 장벽 완화 방안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매년 약 77만 톤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으며, 이 중 약 45%가 미국산이다. 무관세 할당량을 초과한 수입에는 1㎏당 341엔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지만, 최근 쌀값 급등으로 인해 초과 수입량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무관세 외 쌀 수입량은 1497톤으로 전년 대비 4배 수준에 달했다.
이번 쌀 수입 확대안은 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협상에서 미측은 쌀 수입 확대와 자동차 안전기준 완화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쌀의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다만 7월로 예상되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농가 반발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90일 관세 유예 기한이 7월 9일 종료되는 점을 지적하며, 선거 이전 조기 타결이 선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협상 결과가 실망스럽다면 아예 타결을 선거 이후로 미루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무역협상에서 시간을 벌어 참의원 선거 이후 최종 합의를 끌어낸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에는 유예 기한 연장 여부가 미국에 달려 있는 만큼 협상 시점과 내용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성급히 결론을 내리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신중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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