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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청년을 들러리 세우는 국민의힘

김병훈 정치부 기자

지난해 2월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1번 바퀴벌레, 2번 자동차 바퀴.”

술자리 우스개가 아니다. 이달 20일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경선 B조 토론회에서 청년 MC가 밸런스 게임의 연습 문제라면서 던진 질문이다. 둘 중 하나를 반드시 골라야 하는데 선택지가 애매하게 균형을 이뤄 밸런스 게임이라 불린다. 홍준표 후보는 “둘 다 싫다”며 정색했고 나경원 후보는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청년들보다 말문이 막힐 수는 없었을 테다. 윤석열 정부가 청년을 외면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국민의힘이 대뜸 ‘청년 정당’을 자처하고 있어서다. 윤 전 대통령은 이태원에서 수백 명의 청년들이 압사당했음에도 주무 장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반면 수해 실종자 수색에 청년 해병을 투입시켜 목숨을 잃게 하고는 이를 수사하는 장교를 해임했다. 또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청년 과학자의 입을 틀어막았고 국회에 청년 군경을 밀어 넣어 또래 시민과 대치하게 했다.

청년들의 발랄한 제안을 반영해 밸런스 게임과 청년 MC 등 예능적 요소를 도입했다지만 정작 당사자인 청년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전대미문의 정치적 격변기를 겪고 있는 청년의 불안과 고민은 모르쇠하고 이들을 단지 가벼운 재미만 좇는 존재로 전락시켰다는 데서는 모욕감까지 느껴진다.



밸런스 게임에는 죄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청년들의 가슴에 아픈 상처를 남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국민의힘이 인정하지 않는 것에 있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청년 세대 어떡하나”라며 흰소리를 하는데도 대선 후보 누구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4명으로 압축된 2차 경선에서는 지난 3년간 상할 대로 상한 청년의 아픔을 두고 후보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기를 기대한다. 응원봉을 들거나 ‘과잠’을 입고 나와 탄핵을 두고 찬반으로 대치했던 2030 세대들의 갈라진 마음도 두루 살피기를 바란다. 취업과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청사진 역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게 내놓아야 한다. 청년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하고 그저 들러리 취급만 한다면 정권 재창출은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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