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다음달 부터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내 머스크의 입지가 약해지고, 정부효율부(DOGE) 업무를 보느라 테슬라의 경영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다.
머스크 CEO는 22일(현지 시간) 실적발표 후 애널리스트와의 통화에서 “아마도 다음달인 5월부터 정부효율부에 할애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효율 활동을) 대체로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가 막은 낭비와 부정이 다시 몰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통령이 원하는 한 주당 1~2을 정부 업무에 할애할 수 있다”고 정부 활동에 재참여 할 가능성은 남겨뒀다.
머스크 CEO의 이런 발언은 이날 테슬라의 1분기(1~3월) 실적이 곤두박질 친 직후 나왔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매출이 193억3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의 평균 예상치(211억1000만 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자동차 부문의 매출은 20% 급감했다. 주당순이익(EPS)도 전망치(0.39달러)에 못 미치는 0.2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줄었다. 테슬라는 특히 올해 성장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2분기 업데이트에서 2025년 지침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머스크CEO가 경영에 전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머스크 CEO는 정부 기밀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나 고강도 조직 폐쇄, 해고 활동으로 공무원은 물론 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했다. 최근 CNBC가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47%가 테슬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테슬라에 긍정적인 인식을 보인 응답자는 27%에 그쳤고, 나머지 24%는 중립적이었다.
특히 머스크 CEO가 독일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등 유럽 정치에도 관여하면서 그에 대한 유럽 내 반감도 커졌다. 이는 테슬라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 이어져 지난 1분기 독일의 테슬라 판매량은 60% 감소하기도 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테슬라가 비상사태에 있다며 “머스크는 정부를 떠나고 정부효율부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하며 테슬라의 ‘풀타임’ CEO로 복귀 해야 한다”며 “테슬라는 머스크이고, 머스크가 테슬라인데, 머스크의 그간 활동은 테슬라 브랜드를 해쳤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입지도 흔들린 상태다. 지난 15일 머스크 CEO가 백악관을 통해 국세청장 직무대행으로 앉힌 게리 섀플리는 불과 사흘 만에 교체됐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재무부 산하 기관에 대한 머스크의 인사 개입에 불만을 품은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머스크의 인선을 뒤집은 것이라고 전했다. 또 머스크가 지난달 21일 국방부를 방문해 중국과의 전쟁 발발 시 작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으려고 시도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직전에 취소됐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관세 정책과 관련해서도 머스크는 지난 8일 트럼프의 ‘관세 책사’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멍청이”라고 원색적으로 욕하며 충돌하기도 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 초반에 머스크의 영향력은 한계가 없어 보였지만, 근래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머스크의 백악관 내 영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관세와 관련해서는 계속 해서 인하를 주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트럼프와의 관계로 인해 테슬라에 대한 일 부 반발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회사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머스크 CEO는 “바로 앞의 험난한 장애물이나 구덩이 너머 그 뒤를 바라보기를 권한다”며 “고개를 들고 언덕 위 밝게 빛나는 성을 바라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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