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승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의 몫이어야 했다. 그 터무니없는 ‘뒤땅 칩샷’이 없었다면 말이다.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 우즈(파72)에서 열린 셰브론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타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쭈타누깐은 18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뒤쪽 러프로 보냈다. 공이 깊이 잠기지도 않았고 핀까지는 10m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 방송 화면으로는 칩샷을 했는데도 공의 움직임이 잡히지 않았다. 위쪽에서 카메라에 잡힌 화면을 보면 웨지 헤드가 공 한참 뒤쪽을 쳤고 공은 2~3㎝ 정도 움직이고 말았다. 주말골퍼에게서나 나올 법한 치명적인 미스 샷이 나온 것이다. 다시 웨지로 친 네 번째 샷은 홀을 한 참 지나쳤고 결국 보기가 나왔다.
황당한 칩샷 실수로 나온 이 보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 사상 최다 국가, 최다 인원 연장전을 이끌었다. 이날 1언더파 71타를 친 쭈타누깐을 비롯해 2언더파 70타의 김효주, 1언더파 71타의 인뤄닝(중국), 1오버파 73타의 린디 덩컨(미국) 그리고 2오버파 74타의 사이고 마오(일본)까지 5명이 나란히 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해 정규 72홀로는 우승자를 가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던 연장전은 첫 번째 홀에서 싱겁게 끝났다.
선수들이 그린 위로 공을 올렸을 때 가장 유리한 선수는 인뤄닝이었다. 3m 거리에서 이글 기회를 잡았다. 사이고 마오는 1m도 채 되지 않는 버디 기회를 잡았고 김효주는 2m 정도, 그리고 쭈타누깐도 1.8m 버디 퍼팅을 남겼다. 인뤄닝의 이글 퍼팅이 내리막 경사를 타고 홀 오른쪽으로 한 참 굴러가면서 승부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비슷한 라인에 공이 놓였던 김효주는 인뤄닝 퍼팅 영향 탓인지 힘도 약했을 뿐 아니라 홀 왼쪽으로 살짝 흘러버렸다. 김효주 다음으로 친 인뤄닝의 버디 퍼팅도, 그 후 시도한 쭈타누깐의 버디 퍼팅도 모두 홀을 돌고 나왔다.
4명이 버디 기회를 놓치는 걸 한참 지켜본 사이고 마오는 편안한 마음으로 짧은 버디 퍼팅을 성공하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연장에 합류한 5명 중 가장 샷 감이 나빴던 사이고 마오가 마치 메이저 트로피를 줍듯이 ‘호수의 여인’이 된 것이다.
이날 2타를 줄인 고진영과 4타를 잃은 유해란은 아쉬움 남는 공동 6위(5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쳤고 2타를 잃은 최혜진은 공동 9위(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전인지와 이미향이 공동 18위(1언더파 287타)를 기록했고 한국 선수 유일의 신인인 윤이나는 공동 52위(5오버파 293타)로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 일정을 마쳤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는 최종일 2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해 1라운드 공동 117위에서 103계단 뛴 공동 14위(2언더파 286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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