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많은 계단을 오르면 여러 선수들이 조금씩 그 만큼의 순위를 내주면서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상승한 계단의 합계와 하락한 계단의 합계는 같아서 결국 ‘0(제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르고 내린 계단의 전체 숫자는 같지만 상승한 선수와 하락한 선수 숫자는 같을 수 없다. 보통 상승한 선수보다 하락한 선수가 많다. 급격한 상승은 있어도 급격한 하락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하위 선수가 돌풍을 일으켜 순위가 많이 오르면 하락한 선수는 꽤 많아진다. 이번 주가 바로 그런 주였다.
세계 랭킹 포인트가 많은 메이저 대회가 열렸고 게다가 그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선수들이 대거 선전을 펼치면서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세계 랭킹 50위 이내 순위 변화를 보면 11명만이 상승했고 31명은 하락했다. 나머지 8명은 제자리를 지켰다.
상승 폭이 가장 큰 선수는 역시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사이고 마오(일본)였다. 지난 주 37위에서 24계단 오른 13위로 껑충 뛰었다. 사이고 마오는 세계 18위까지 올랐던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도 39위에서 22위로 17계단을 올랐다. 역시 준우승을 거둔 인뤄닝(중국)은 세계 6위에서 4위로 2계단 상승했다.
한국 선수도 4명이 ‘톱10’에 오르는 선전을 펼치면서 세계 랭킹 50위 이내 3명이 순위 상승을 했다.
준우승을 거둔 김효주는 13위에서 7위로 6계단을 올랐고 공동 6위에 오른 고진영도 11위에서 8위로 3계단을 뛰었다. 한국 선수 최고 랭킹 주인공도 지난 주 고진영에서 이번 주 김효주로 바뀌었다. 공동 9위로 경기를 마친 최혜진 역시 지난 주 47위에서 이번 주 43위로 4계단을 올랐다. 공동 6위를 차지한 유해란은 세계 랭킹 12위를 지켰다.
50위 밖 100위 이내 선수 순위 변화는 더욱 컸다. 선수들 간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아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상위권에 올랐던 선수들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준우승을 거둔 5명 중 한 명이었던 린디 덩컨(미국)은 세계 116위에서 64계단 오른 52위가 됐다. 세계 랭킹 100위 이내에 처음 올랐을 뿐 아니라 곧바로 50위 이내 진입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덩컨의 급상승 영향으로 51위부터 100위까지 순위 하락 선수는 37명이나 됐다.
한국 선수 중에도 셰브론 챔피언십 선전으로 급격한 순위 상승을 경험한 주인공이 있다. 바로 공동 18위를 기록한 전인지다. 지난 주 247위까지 떨어졌던 그의 세계 랭킹은 이번 주 63계단 오른 184위가 됐다. 작년 6월 투어를 떠났다가 올해 돌아온 전인지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세계 랭킹 순위 상승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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