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불확실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2회 연속 ‘0.5% 수준’으로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1.1%에서 0.5%로 대폭 낮췄다.
일본은행은 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5%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인상한 뒤 3월에는 동결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 둔화, 기업의 수익 감소,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지출 지연 등이 경제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임금 상승률도 다소 낮아지거나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NHK는 이에 대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경제·물가 영향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을 반영했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리를 올리기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 신호가 강한 데다 미국발(發) 관세전쟁 우려가 큰 탓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내놓은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5%로 제시했다. 올해 1월 전망치(1.1%) 대비 0.6%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내년 실질 GDP 증가율 전망치는 1.0%에서 0.7%로 낮췄다. 일본은행은 “각국 통상정책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둔화해 기업 수익 등도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완화적 금융 환경에도 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더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엔·달러 환율이 급등(엔화 가치 하락)했다. 이날 한때 달러당 144엔대 후반으로 치솟으며 하루 만에 2엔가량 올랐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이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하향 수정해 조기 기준금리 인상 관측이 후퇴함에 따라 엔화 매도세가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 간 관세 협상이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다. 지난달 16일 1차 협상을 진행한 데 이어 양국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차 협상에서는 방위비 관련 내용이나 환율 문제는 의제에 오르지 않고 무역 분야만 다룰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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