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2025 세계라면축제’가 부산시의회를 향한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축제 주최 측의 연락 두절, 참여 업체들의 잇따른 철수로 사실상 행사가 무산된 가운데 시민단체는 부산시의회가 원칙 없는 후원 결정을 내렸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9일 지역사회에 따르면 부산참여연대와 건강사회복지연대는 공동 성명을 내고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병원 예산은 절차를 핑계로 보류하면서, 정체불명의 사적 이권 행사에는 아무런 검증 없이 후원자로 이름을 올린 시의회의 이중적 행태는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세계라면축제’는 비영리법인 ‘희망보트’와 부산16개구장애인법인연합회가 주최하고 일부 인터넷 언론사 및 연예기획사가 주관해 지난 2일부터 오는 11일까지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주최 측은 전 세계 15개국 2200여 종 라면 브랜드가 참여한다고 홍보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입장료 1만 원을 지불한 시민들은 “온수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라면을 끓일 수 없었다” “라면은 고작 몇 종류뿐”이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포털사이트 평점은 5점 만점에 0.7점이라는 역대급 저조한 점수를 기록했다. 환불을 요구하는 민원도 빗발쳤다. 여기에 대금을 받지 못한 참여업체들이 대거 철수하면서 행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축제 후원 기관 명단에 부산시의회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시의회는 “공익적 성격이 인정돼 후원 명칭 사용을 허가했을 뿐 행사 기획이나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시민단체는 “이는 무책임한 태도이며 원칙 없는 후원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부산시는 이미 지난 3월 해당 행사에 대한 후원 명칭 사용을 취소하고 대관도 철회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시의회가 이름을 그대로 후원 명단에 두고 있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는 성명을 통해 “부산의료원 지원안은 운영심의 절차를 이유로 보류하면서도 ‘사기극’ 의혹이 일고 있는 민간행사에는 어떤 원칙과 절차도 없이 후원자로 나선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시의회는 즉시 후원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앞에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논란이 된 세계라면축제 홈페이지에는 부산 지역 국회의원 18명의 축전도 올라와 있어, 정치권 전체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민단체는 “더 이상 부산시의회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시민을 실망시키는 행사에서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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