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10일부터 16일까지 장차관 및 공공기관장 등 주요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추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7일째인 이날까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총리 지명 외에 국무위원 인선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민 추천까지 받기로 하면서 내각 인사는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추천제는 이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국민주권’ 기치를 내걸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상징적인 인사제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과 함께, ‘국민주권 정부’의 문을 연다”며 “진정한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돼 직접 참여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해 일할 준비가 된 유능한 인물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국민추천제는 인사 절차의 변화를 넘어 국민이 국가 운영의 주체가 돼 주도권을 행사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실은 국민추천제를 ‘진짜 일군 찾기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고 국민 누구나 인사혁신처에서 운영하는 국민추천제 인터넷 홈페이지나 이 대통령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및 e메일 등을 통해 추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민주권 정부의 국정 철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인사 추천 제도”라며 “접수된 인재 정보는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되고 추천 인사들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사 검증과 공개 검증 절차를 거쳐 정식 임명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 추천까지 받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내각 인선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로서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내각과 동거하는 상황이지만 이 대통령 특유의 실용적 태도와 자신감으로 ‘일하는 정부’를 끌고 가고 있다는 내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취임 하루 만인 5일 윤석열 정부 장관들과 국무회의를 가졌고 실무 차관들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는 등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비슷하게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부 내각 인선 이후에도 취임 49일 만에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과 달리 전임 정부 장차관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인선에 속도를 낼 이유가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 헌법 수호를 내걸고 조기 대선을 치른 만큼 위헌 소지가 있는 ‘총리 직무대행을 통한 장관 제청’을 택하지 않고 총리 임명 이후로 인선을 늦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각 인선 질문에 “총리 임명까지 기다려야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일단은 청문회를 앞둔 총리 건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윤석열 정부 초기에 총리 직무대행의 제청권 행사가 위헌이라는 비판이 나온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인사 검증에 신중을 더하겠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자칫 정부 초기에 리스크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추천을 받는 동시에 인사 검증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보수 인사의 영입을 위해 국민추천제를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재명 정부에 참여하기를 주저하는 보수 인사에게 국민의 요구라는 명분을 내세워 인재를 영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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