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바다가 북태평양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산성화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일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가 최근 10년간(2015~2024년) 동해, 서해, 남해 전역에서 정기적으로 해양산성화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바다의 pH가 북태평양 하와이 인근 해역보다 1.5배에서 2배 더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동해의 pH는 -0.040, 남해는 -0.055, 서해는 -0.0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북태평양 하와이 인근 해역의 pH 감소폭은 -0.027로, 동해와 남해는 각각 약 1.5배, 2배 더 큰 수치다. 서해는 북태평양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해양산성화란 해수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바닷물의 산성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그 척도인 수소이온농도(pH)가 낮아지면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바다의 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주요 원인으로 급격한 해양 온난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해양 흡수를 꼽았다.
이번 조사는 수산과학원의 수산과학조사선과 정선해양조사를 통해 연 3~4회 총 80여 개 정점에서 수심별로 해수를 채취·분석하는 방식으로, 10년간 8000건이 넘는 자료를 축적했다. 이렇게 광범위하고 장기간에 걸친 해양산성화 관측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해양산성화는 연안 생태계와 수산자원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기후변화 영향 파악을 위한 과학적 감시와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수산 분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 적응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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