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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재난기술, 美에 4년 뒤처져…'CCTV로 산불 발견' 고작 0.3%

[괴물산불 100일] <중> 취약한 예방 역량

美, 항공기에 화재감시 AI센서 결합

의심징후 포착해 피해 확산 최소화

韓, 위험요소별 시나리오 등 낙제점

기술격차 커지며 대형 재난 되풀이

"드론·AI 등 활용, 사전탐지 주력을"





우리나라의 재난안전 기술력이 미국과 비교해 4년 이상 뒤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영남지역 대형산불을 비롯해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등 각종 대형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기술력 제고를 통해 재난안전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면서 인공지능(AI)이나 드론 등을 활용한 재난 사전탐지 시스템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2일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재난안전분야 기술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난안전 기술 점수는 지난해 81.8점으로 미국(100점)은 물론 일본(92점), 유럽연합(91.4점) 등과 차이가 컸다. 해당 보고서는 재난안전분야의 24가지 핵심역량에 대한 논문 및 특허 수준을 바탕으로 주요국간의 기술격차를 수치화 했다. 특히 한국이 미국 수준의 재난안전기술을 확보하려면 무려 4.3년 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관련 격차가 3.7년이었다는 점에서 1년새 0.6년이 추가로 벌어진 상황이다.

해당 보고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재난 기술력은 ‘예방’ 분야에서 낙제점에 가까웠다. 실제 △위험요소별 피해시나리오(75.3점) △신종재난 대비·대책(79.3점) △재난위험 평가(78.8점) △국가기간산업 보전 및 보호(75.7점) △국가기반시설의 물리적 보호대책(79.0점) 등 전체 예방 항목 8가지 중 과반인 5개 항목이 70점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부실한 예방 역량은 올 봄 영남 산불 사태 때 그 취약점을 드러냈다. 실제 영덕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피 시나리오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이재민들이 대피소에서 다시 산불을 피해 달아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으로 원자력 발전소 등 국가기간산업에 피해가 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복합재난’ 관련 대응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의 재난예방 사례를 참고해 관련 기술력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화재 감시용 AI 센서를 항공기와 결합해 사용 중이며, 미국 소방 당국 측은 이 같은 AI 시스템을 바탕으로 산불 피해 지역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미국에서는 산림 근처 고층건물 등에 설치된 고화질(HD) 카메라에 포착된 영상을 재난예방에 활용 중이다. 영상을 AI 기술로 분석한 뒤, 소규모 연기와 같은 화재 의심 증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산불감시가 아직 체계화되지 않았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산불감시 CCTV 1446대 가운데 AI와 연동된 카메라는 4분의 3이 채 안되며 산불 탐지 사각지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360도 회전 가능 카메라 또한 절반이 겨우 넘는 800여대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국내에 설치된 산불감시 CCTV로 산불을 탐지할 확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 발생한 3199건의 산불 중 산불감시 CCTV에 사전 포착된 산불은 고작 8건에 그쳤다.

산불 대응에서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또한 거론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7일 ‘대형산불에 대한 국가적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고령층 위주 산불감시원 대신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비행제한구역 설정·야간 비행 금지 등 항공안전법 규제의 예외에 산림감시용 드론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해외 각 국에서는 이미 산불 감시·대응용으로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야간이나 연기가 가득한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며 독일에서는 태양열 가스 센서와 자율 비행 드론을 결합해 산불을 ‘연기 단계’에서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산림이 많은 핀란드에서는 실시간으로 산불을 감시하는 반자율적인 드론 군집을 만들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재난안전 대책은 예방하는 것 보다 대응복구에 보다 주력하는 모습”이라며 “재난안전 예산을 편성할 때도 재난 사전예방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전문가 인력풀 부족 등을 이유로 AI 활용측면에서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는 만큼, 인재 육성 및 예산 집행 효율화를 통해 사고 사전대응 시스템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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