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북한 접경 지역 도로 한복판에 멸종 위기종인 야생 백두산호랑이가 출몰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4일(현지시간) 베이징바오와 홍성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달 2일 오후 4시께 중국 지린성의 331번 국도 위로 야생 백두산호랑이 한 마리가 등장했다. 지린성은 북한과 인접한 국경 지역으로, 호랑이가 나타난 도로 역시 인근 국립공원과 맞닿아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영상 속 호랑이는 야윈 모습으로 도로를 천천히 가로질렀다. 이내 다시 방향을 틀어 한참을 도로 위로 걷다가 인접한 산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도로에는 오토바이 한 대가 먼저 지나가고, 마주 오는 차량 운전자가 차를 멈추고 신기하다는 듯 촬영하는 장면도 담겼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호랑이는 목격된 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지난 봄 인근 마을에서는 이 호랑이의 공격으로 방목된 소 20여 마리가 죽거나 다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체구가 작고 마른 호랑이였는데, 마을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그 호랑이 같다”며 “사냥에 능하지 않아 (먹이를 구하려) 사람들 사는 데까지 내려오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호랑이가 출몰한 곳은 규모가 1만 4100㎢에 달하는 ‘시베리아 호랑이 및 표범 국립공원’ 경계 지역으로, 이 일대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야생 백두산호랑이 개체 수가 지난해 기준 50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지역 산림당국은 “봄철과 여름철에 야생 호랑이가 자주 목격되기도 한다”며 “혹시라도 차량 운행 중 호랑이를 마주칠 경우 절대 차에서 내리지 말고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서서히 이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두산호랑이는 ‘아무르 호랑이’ 혹은 ‘시베리아 호랑이’로도 불린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 위기종으로, 지난 2008년부터 IUCN 적색목록(Red List)에서 ‘위기(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됐다. 현재 야생 개체 수는 전 세계적으로 500~560마리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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