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입 8년 만에 도시재생위원회를 폐지했다. 도시 정비 정책 기조가 재생보다는 개발 중심으로 바뀌었고, 주민들의 재개발·재건축 기대가 커지면서 역할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7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5월 22일 2025년 제4차 도시재생위원회 회의를 끝으로 위원회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달 도시재생위원회 위원 임기가 일괄적으로 만료되면서 하반기부터 도시계획위원회가 도시재생위원회의 기능을 통합·운영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본위원회를 없애는 대신 도시계획위원회 안에 소위원회 격인 수권분과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서울시의회는 4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위원회 통합을 위한 법령 정비를 마쳤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병주 서울시의원은 “도시재생사업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폐지 결정은 도시재생 관련 내용이더라도 용도지역·지구·구역 지정과 변경 심의는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비효율적인 운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위원회는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인 2017년 6월 도시재생 정책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을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다. 도시재생전략계획 및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의 결정·변경, 도시재생 인정사업, 도시재생 혁신지구 지정 등 도시재생 관련 주요 시책에 대한 심의와 자문을 담당했다. 세운상가·낙원상가·돈화문로·해방촌·정동 일대 등 주요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등이 위원회 자문을 거쳤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후 서울시의 도시 정비 사업이 재개발·재건축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재생 정책은 후순위로 밀렸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신규 지정 건수가 2020년 5건이었지만 2021년 2건으로 줄었고, 2022년부터 2023년까지는 단 1건도 없었다.
매월 넷째 주 목요일 도시재생위원회 개최가 원칙이지만 도시재생 정책 축소로 지난해 회의 개최 건수가 6번에 불과할 만큼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안건 수도 2020년 41건에 달했지만 2022년에는 9건으로 급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안건이 연간 10여 건에 불과해 본위원회를 계속 운영하는 것은 절차나 비용 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생·보존에서 개발로 기조가 바뀐 대표적인 지역으로 종로구 창신동이 꼽힌다. 소형 봉제공장들이 밀집한 창신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거론된다. 당초 2007년 주변 일대가 뉴타운 지구로 지정돼 아파트 단지 등으로 재개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이 2013년 뉴타운 지정을 해제했고, 이듬해 '1호 도시재생 선도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오 시장이 복귀하면서 서울시는 창신동 일대를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하고 6400여 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통합 개발하기로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