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영어능력시험 토익(TOEIC) 시험에서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토익 주관사인 국제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협회가 2023년 5월부터 2025년 6월 사이에 시험에 응시한 수험자 약 800명이 허위 주소로 신청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부정행위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응시자들의 점수를 무효 처리했다.
앞서 경시청은 지난달 도쿄 이타바시구에서 치러진 토익 시험 도중 이어폰과 마이크를 활용해 정답을 공유한 교토대 대학원생 왕리쿤을 유인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체포했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왕씨는 마스크 안에 소형 마이크를 숨기고 시험 도중 다른 응시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정답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 2년간 실시된 72회 시험에 대한 상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체포된 남성과 동일한 주소이거나 방 번호만 다른 주소로 응시한 응시자 803명이 발각됐다. 토익 시험장소는 응시자의 거주지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부정행위 의뢰자는 통신 장비 연결이 원활하도록 왕씨와 같은 시험장에서 응시하기 위해 같은 주소로 신청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경시청의 설명이다.
협회는 803명이 허위 주소를 기입해 시험에 신청한 것으로 보고 점수를 무효처리하는 것은 물론 5년간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등 조치를 진행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협회는 안경을 착용한 응시자들에 대해 통신기기 유무를 확인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또 응시자들이 소지한 모든 전자기기의 전원이 꺼져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아울러 스마트폰을 포함한 통신 기기의 작동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파 감지기를 설치하거나 디지털 인증을 활용한 응시표 개발 등 재발 방지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불법 대행업체들은 "들키지 않고 900점 이상 가능", "안심 대행" 등 광고를 통해 대리 응시나 이어폰 커닝 등 다양한 부정행위를 조직적으로 알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커닝에 가담한 이유는 대부분 일본 대학원 진학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학원 입시에서는 토익 고득점이 요구되는데, 중국 대학원보다 경쟁이 낮아 중국인 지원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 대학원 내 중국인 유학생은 약 4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대학원생의 6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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