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인기 스타 박민지(27·NH투자증권)와 이예원(22·메디힐)이 투어 역사에 이름을 새기기까지 남긴 승수다. 1승만 추가하면 박민지는 고(故) 구옥희, 신지애(37)가 갖고 있는 통산 최다승 기록(20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고 이예원은 역대 15명만 가입한 10승 클럽에 16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역사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두 선수가 10일부터 나흘간 강원 정선의 하이원리조트CC(파72)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상반기 마지막 대회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10억 원)에 나란히 출격했다. 먼저 ‘아홉수’를 떨쳐낼 주인공은 누구일까.
둘 모두 승수 추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박민지는 지난해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19승을 찍은 이후 26개 대회째 우승이 없다. 특히 올 시즌에는 대상 포인트 30위(66점), 상금 랭킹 40위(1억 1162만 원)에 그치며 아직 시동이 덜 걸린 모습이다.
박민지는 “(올 시즌 상반기가) 결과로는 아쉽지만 스스로에게 아쉽지는 않다. 샷·컨디션·체력 등 모든 부분이 괜찮아서 좋게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5월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시즌 3승을 달성한 이후 트로피와 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이예원도 최근 흐름이 썩 좋지는 않다. 6월 한국여자오픈부터 3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다른 선수면 모르겠지만 개막 7개 대회에서 3승을 몰아치며 독주 체제를 일찌감치 굳히려 했던 이예원이기에 더 아쉬워 보이는 성적이다.
이예원은 “경기를 계속 치르면서 집중력이 조금 흔들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감은 나쁘지 않아 우승 욕심을 최대한 버리고 매 홀 집중해서 플레이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뒀지만 두 선수 모두 조급함은 없다. 박민지는 “20승이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생각하면 큰 부담이겠지만 여러 목표 중 지나가는 승수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을 짜릿하고 행복한 순간들로 기억하고 싶다. 그래야 20승으로 가는 여정이 내 인생에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이예원도 “우승은 하고 싶다고 계속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을 조금씩 채우면서 기다리면 금방 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자리 승수를 얼른 채우고 싶지만 10승에 많은 의미를 두지는 않으려 하고 계속 승수를 늘려가고 싶다”고 했다.
통산 8승의 박현경도 이번 시즌 내 10승 고지 정복을 기대할 만한 스타 플레이어다. 시즌 톱10 일곱 번의 좋은 흐름을 유지하다 지난주 끝난 롯데 오픈에서 샷 난조 속에 연속 경기 컷 통과 기록을 ‘30’에서 멈춘 박현경은 이번 하이원 대회 우승으로 아쉬움을 곧바로 씻겠다는 각오다. 박현경은 “(지난주 컷 탈락 후) 토요일에 집에 있는 것이 오랜만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마침 감기가 걸린 상태여서 병원에 가서 수액도 맞고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가서 머리도 식히고 왔다”며 “시즌 시작 전에 상반기 내 시즌 첫 승, 이번 시즌 톱10 15회, 메이저 대회 우승, 대상 수상이라는 네 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한 가지(시즌 첫 승)는 이뤘고 아직 세 가지가 남았다. 진행형이기에 더 열심히 준비해서 꼭 이루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대회 1라운드에서는 정규 투어 6년 차 조혜림이 6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만 2승(2022·2023년)을 거둔 한진선은 홍정민과 함께 1타 차 공동 2위에 올라 2년 만에 다시 정상 정복을 노린다. 박현경은 1언더파로 무난하게 출발했고 박민지와 이예원은 나란히 1오버파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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