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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바다·흙투성이 된 삶터…전남·경남에 최대 400㎜ 더 내린다

사흘간 충남·전남에 400~500㎜ 비

광주·산청·남원 등 40년만에 새 기록

인명피해도 이어져…사망 4명·실종 2명

18일 오후부터 남부지방에 다시 장대비

18일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충남 예산군 봉산면의 한 마을에서 토사와 나무가 주택과 축사를 덮쳐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민은 "자고 있는데 쾅 소리가 들려 놀라 급히 나와보니 순식간에 흙이 쏟아졌다"라면서 "조금만 늦었다면 고립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오승현 기자




사흘간 충청·남부지방을 덮친 ‘괴물 폭우’는 19일까지 최대 400㎜의 비를 더 뿌린 뒤에야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하루에만 전국 11개 지역의 7월 일강수량 최고 기록이 경신되면서 사망자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약 6000명이 집을 떠나는 등 집중호우가 남긴 피해가 속출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단계를 가동한 정부는 호우 피해 수습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16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사흘간 충남·전남 일대에는 400~500㎜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지역은 충남 서산으로 519.6㎜에 달하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앞서 충남 서산에는 17일 새벽 1시 46분부터 1시간에 114.9㎜라는 100년 만에 한 번꼴로 가능한 강수량이 측정되기도 했다. 이어 광주에 448.6㎜, 전남 나주에 445.5㎜, 충남 홍성에 438.4㎜ 등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기상 관측 이래 7월 일강수량 최다 기록이 바뀐 곳도 11곳이나 됐다. 광주는 17일 하루에만 426.4㎜가 내리면서 7월 일강수량 최대치를 경신했다. 광주의 이전 최고 기록은 1989년 7월 25일의 335.6㎜였다. 같은 날 경남 산청 289.2㎜(이전 기록 1987년 7월 15일), 전북 남원 225.4㎜(〃1984년 7월 7일) 등 약 40년 만에 새 기록을 쓴 지역이 잇달아 나왔다.

폭우의 원인으로는 북쪽에서 남하해 한반도를 에워싼 ‘차고 건조한 공기’가 꼽힌다. 차고 건조한 공기가 16일 밤부터 새벽에는 충청권에, 17일 오후에는 전라권 등 남부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고온다습한 공기와 부딪친 경계가 시시각각 변한 것이다.

이 기간 폭우로 인한 피해도 이어졌다. 충남과 경기에서 각각 사망자 3명과 1명이 나왔고 광주 북구에서 실종자 2명이 발생했다. 폭우로 집이 잠겨 주거지를 떠난 이들도 다수였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13개 시도, 60개 시군구에서 3967세대 6073명이 일시 대피했다. 이 중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은 958세대 1811명에 달했다. 866세대 1666명은 경로당이나 학교 등 임시 주거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18일 폭우로 삽교천이 범람해 물에 잠긴 충남 예산군 고덕면 용리 마을에서 한 주민이 가방을 품에 안고 마을을 빠져나오고 있다. 예산=오승현 기자




산사태 피해도 잇따랐다. 17일 시간당 6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진 충남 청양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2명이 매몰됐다 구조되는 일이 일어났다. 경북 청도와 충남 예산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했다. 18일 오후 6시 기준 세종, 경기 평택, 충남 공주 등 18개 지역에서 산사태 경보가, 대구 달성, 광주, 대전 등 55개 지역에서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축구장 약 1만 8000개에 달하는 1만 3033㏊의 농작물이 침수됐고 가축 폐사가 이어졌다.

폭우로 등하굣길 위험이 커지고 학교 시설이 피해를 입으면서 휴업을 결정한 초중고교도 나왔다. 오후 6시 기준 전국 451개 학교에서 누수·침수 등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29개교는 휴업을 결정했고 156개교는 단축수업을 하기로 하는 등 총 247개교가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교통도 차질을 빚었다. 경부선·장항선·호남선 등 9개소에서 열차 운행이 중지된 데 이어 고속열차 SRT도 호남선·전라선·경전선 일부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장대비는 주말까지 계속해서 쏟아진다. 오후 6시 기준 전남·제주·광주에는 호우경보가 발효 중이고 전남권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시간당 20~70㎜의 비가 내렸다. 집중호우는 잠시 오전에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오후부터 빗줄기가 굵어졌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더욱 확장하면서 그 경계를 따라 고온다습한 남풍이 유입되고 남하하는 찬 공기와 강하게 부딪치며 대기가 불안정해진 탓이다.

18일 충남 서산시 해미천의 한 교량이 전날 내린 폭우로 인해 빠른 유속과 수압, 부유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붕괴돼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산=오승현 기자


19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광주·전남 150~300㎜(최대 400㎜ 이상), 경남 100~200㎜(〃300㎜ 이상), 전북·충청·경북 50~150㎜(〃200㎜ 이상)다. 다만 남부 지방 대부분은 19일 밤 전후로 비가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아침까지 서울과 경기 북부, 강원 내륙·산지는 30~120㎜의 비가 이어질 수 있다. 비가 그친 20일 오후부터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폭염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낮 최고기온은 33~34도다.

정부는 17일 풍수해 위기 경보 최상위 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중대본 3단계를 가동하며 비상대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홍수에 대비해 한국수자원공사도 집중호우가 끝날 때까지 댐 수위·방류 현황을 점검하며 24시간 비상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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