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9일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당분간 세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달 7일 발표한 이재명 정부 첫 공급 대책이 집값 안정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세금 규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질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부동산 세제 정상화가 꼭 필요하다면 고민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정부에서 세금이 주된 수단으로 쓰였을 때 성급하고 과한 측면이 있었다”며 “그런 식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재 종합부동산세 합산이나 양도세 감면 등을 고려해야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실제로 투기가 일어나는 것을 강력한 수요 대책과 효과적인 공급 대책으로 효과적으로 감독하고 세제 정책은 당분간 고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올해 6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수요 억제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7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 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을 맡아 공급 속도를 높이는 공급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에 대해서는 “가까운 시일 내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대통령께서 어제 야당 대표와 오찬하실 때 ‘정부의 최종 입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씀하셨다”며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 드러났고 그 부분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반발과 여당 내부 의견을 반영해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다시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확장재정을 기조로 한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았지만 “내년에는 다를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김 실장은 “본예산 기준 (올해 대비) 8.1% 늘어난 숫자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지만 13분기 연속 소매판매 감소, 4분기 연속 0%대 성장 등 성장 엔진이 꺼지기 일보 직전”이라며 “단기적으로 재정이 확장적인 역할을 해 추락을 막아야 하는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수준에서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국가부채가 빨리 늘어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면서도 “13분기 연속 소매판매 감소는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이 상당히 재정적자가 크다”며 “우리가 그것을 따라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국채 시장에서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국채 발행 규모는 여력이 있는 상황이어서 유의해 재정을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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