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내가 나온 부대인데…없어졌다고요.”
육군 A사단 출신 예비역 병장 B씨가 근무했던 부대의 해체 소식을 듣고 놀라서 한 얘기다.
저출산 여파로 군 병력은 최근 6년간 11만명 가량 급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이 국방부와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군의 상비병력은 2019년 56만 3000명에서 2025년 7월 기준 45만 명으로 6년 만에 11만 3000명이 줄었다.
정전 상황에서 필요한 최소 병력 규모인 50만 명이 2년 전에 이미 붕괴한 데 이어 그보다도 5만명이나 더 모자라는 상황이 됐다. 같은 기간 육군 병력은 42만 9000명에서 32만 4000명으로 감소했다. 이 가운데 육군 병사는 6년 새 30만 3000명에서 20만 5000명으로 약 10만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군 병력은 1000명, 공군 병력은 4000명, 해병대 병력은 2000명이 줄었다. 상비병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경우 우수 인재 확보 및 장비 운용 등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이 같은 병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현역 판정 기준을 완화해 현역 판정률을 2019년 69.8%에서 2025년 86.7%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현역병 입영대상자가 크게 급감한 탓에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같은 기간 병역 판정 검사 인원이 29만여 명에서 12만 5000여 명으로 줄었다. 2025년 6월 기준 현역병 입영자도 10만1000명으로 2019년 24만여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저출산에 따른 병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간부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간부 선발률(선발 계획 대비 선발 인원)도 2019년 94.1%에서 2024년 64.9%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부사관 선발률은 같은 기간 93.5%에서 51.2%로 42.3%포인트 급락했다. 이에 장기복무 인원 확보는 물론 부대 운영 전반에 차질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병력 감소 추세의 직접적 여파로 사단급 이상 부대도 대폭 축소됐다. 병력 감소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수립된 국방개혁에 따라 2006년 59곳이던 사단급 이상 부대는 현재 42곳으로 17개 부대가 해체되거나 통합됐다. 강원도와 경기 북부 지역 전투 부대(보병·기계화)와 동원 부대가 주로 해체 대상이다. 오는 11월에도 경기 동두천에 주둔 중인 육군 제28보병사단이 해체될 예정이다.
해체된 부대의 임무는 인근 부대들이 분담하게 되면서 전력 운용에도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기존부대는 보다 넓은 방어 구역을 책임지게 돼 작전 효율성과 대응 능력 저하가 우려되는 게 현실이다.
반면 인구절벽으로 군 상비병력이 빠르게 줄고 있지만 군 조직의 슬림화와 상부지휘구조 개편 방침에 따른 장군 정원은 수년 째 제자리를 걸음이다.
군 병력이 60만명이 무너진 2019년 기준으로 상비병력은 59만 7000여명이고, 같은 기간 장군은 405명이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25년 상비병력은 45만 명으로 14만 7000명이 줄어드는 동안 장군 정원은 35명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는 국군 병력 1만 명당 장군 수는 8.2명(상비병력 450명 기준)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 국방부는 2018년 ‘국방개혁 2.0’을 발표하면서 단계적으로 장군 정원을 대폭 줄이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2017년 436명이던 장군 정원은 △2018년 430명 △2019년 405명 △2020년 390명 △2021년 375명으로 점차 줄어들면서 현재는 370명이다.
‘국방개혁 2.0’에 따르면 2022년까지 장군 수를 360명으로 줄일 계획을 담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2024년 3월 발표한 ‘국방개혁 4.0’에는 장군 수 감축 계획이 사라졌다. 장군 정원은 370명으로 명시됐다.
2023년 발표된 국방백서 최신판 ‘2022년 국방백서’에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급변하는 안보 상황에 대한 위기 대응 능력 제고와 한국형 3축 체계 강화, 국방혁신 4.0의 추동력 확보 등을 고려해 370명으로 장군 정원을 조정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상비병력은 72만 명으로 군 병력이 최대 규모였던 1957년 장군 정원은 330명이었다. 444명으로 장군 정원이 가장 많았던 2007년엔 상비병력은 66만 9000명이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합동참모본부 조직이 신설되는 등의 이유로 장군 정원이 다시 430명대로 늘어났기에 그렇다.
이후 감소 흐름 속에서 68년이 흘러 2025년 7월 기준 상비병력은 45만 명으로 27만명이 줄어드는 동안 장군 정원(1957년 대비)은 370명으로 오히려 1950년대 보다 40명이 늘었다. 장군 자리는 육군이 250여 명, 해군(해병대 포함)과 공군이 120여 명 수준이다.
국방개혁의 핵심과제는 여느 정부에서든 장군 감축이 가장 우선 순위로 꼽히지만 각 군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사실상 유야무야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까닭에 상비병력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군 정원을 기존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군 병력이 줄어드는데 장군 정원을 감축하지 않으면 오히려 장군 자리는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상비병력이 계속 줄어들지만 장군 정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이에 맞게 상부지휘구조를 개편하기 때문에 현행작전부대는 오히려 내실을 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상비병력이 50만 명에서 40만 명대로 내려갔고 향후 30만 명대로 더 줄어드는 만큼 그에 맞춰 선제적으로 장군 수를 하향 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한다.
장군 자리 감소 방안으로 비전투 분야의 장군 자리는 예비역이나 민간 전문가로 대체하고 국방부 등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으로 한시조직에 배치된 장군 자리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부대 규모와 비교해 상향 편성돼 있는 국방부 직할부대와 교육·군수·행정부대의 장군 직위는 대령급 계급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육·해·공군의 장군 수를 천편일률적으로 조정하는 보다 육군 장군 수는 줄이되, 해·공군과 해병대는 군 특수성과 상황을 고려해 장군 수 조정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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