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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근접 우주 ‘성층권 작전’ 성공…방어 체계 ‘사각지대’ 해소되나[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전투기·유도무기 등 기존 무기 체계로

성층권서 작전 실증한 공식적 첫 사례

中정찰풍선 후 성층권 방어 능력 부각

고고도·전자전 대응 新무기 개발 경쟁

프랑스 공군 전투기가 지난 6월 프랑스 남서부 카조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성층권 고도인 20㎞ 상공에 떠 있는 훈련용 풍선을 격추하기 위해 미카 공대공 미사일(노란색 원)을 발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프랑스 방산업체 MBDA社




지난 2023년 2월 미국이 자국 영공에 들어온 중국 정찰풍선을 해상에서 격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국방부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의 6만피트(약 18㎞) 영공에서 중국 정찰풍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랭글리 기지에서 출격한 F-22 스텔스 전투기가 공대공미사일(AIM-9) 한 발로 정찰풍선을 명중시켰다. 추격된 정찰풍선은 버스 3대 크기(지름 27m) 대형 풍선이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비행선(풍선)은 민간용이고 불가항력으로 미국에 진입했다”며 “미국이 무력을 동원해 과잉 반응을 보인 것은 국제 관례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중국은 기상관측 등에 사용되는 풍선이 바람에 실려 경로를 이탈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주목할 점은 고고도를 날아다니는 정찰풍선은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국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군은 (고도) 5만피트(약 15㎞) 아래나 우주(지표면 100㎞ 이상)의 물체는 잘 잡지만 그 중간은 취약하다”고 했다. 실제 중국의 정찰 풍선은 고도 6만~6만 5000피트(약 18~20㎞)에서 떠다녔다.

앞서 1998년 8월 캐나다에서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오존을 측정하기 위해 띄운 기상 기구가 고장이 나 제멋대로 떠다니자 캐나다 정부는 격추를 결정했다. 캐나다 공군의 CF-18 호넷 전투기 2대가 20㎜ 기관포 1000발 넘게 쐈는데 기구는 계속 비행했다. 구멍이 나서 헬륨이 조금씩 빠져나갔지만 기구는 대서양을 건너 영국을 지나 아이슬란드까지 날아갔다.

당시 캐나다 국방부는 조준이 어려웠다고 발표했다. 전투기가 보통 고도 5만피트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기구는 6만피트 위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번에 기관총이 미사일을 고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찰풍선은 발열하는 곳이 없거나 적어 열추적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맞히기가 어렵다. 반면 ‘AIM-9X 사이드와인더’ 적외선 유도 미사일은 주변 대기와 온도 차이가 있는 물체를 추적하는 게 가능해 미 공군이 격추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다.

프랑스 공군 라팔 전투기가 성층권에서 풍선을 타격하는 순간을 포착한 모습. 출처=엑스




이처럼 지구 상공 20㎞ 이상 영역으로 중국의 정찰풍선 및 유사한 위협에 대응하기에는 현재의 공군 시스템으로는 난관이 많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공군이 성층권서 훈련용 풍선을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하는데 성공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I) 등에 따르면 프랑스 공군은 지난 6월 23일 남서부 카조 공군기지에서 라팔·미라주2000 전투기를 출격시켜 성층권 고도인 20㎞ 이상 상공에서 떠다니는 훈련용 풍선 2기를 ‘미카(MICA)’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시키는 시험에 성공했다. 이 시험은 전투기와 조종사, 유도무기 체계가 모두 성층권 작전이 가능함을 실증한 공식적인 첫 사례로 기록됐다.

미카 미사일은 프랑스 방산업체 MBDA社가 개발한 공대공 미사일이다. 적외선(IR) 또는 능동 레이더(RF) 유도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고기동·고속 목표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전천후 요격 무기다. 이번 시험에 사용된 미카 IR은 적외선 탐지 기반으로 표적을 추적해 전파 교란이나 교란된 전자전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성과 명중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류권 밖 성층권을 포함하는 20~100㎞ 상공을 ‘근접 우주’(near space)라고 부른다 전투기·미사일 등 기존 방어 체계의 사각지대로 여겨져 왔다. 특히 중국의 정찰풍선 사건 이후 이 영역에 침투하는 고고도 풍선 및 정찰 기체를 감시·방어하는 능력은 각국의 군사 전략 관점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성층권에서 고고도·전자전 대응을 위한 전천후 무기 개발 경쟁이 본격화됐다.

BI는 “프랑스가 자국 전투기와 무기 체계로 근접 우주 영역에서의 요격 능력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라며 “중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 군사적 경쟁국이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위협 공간에 대한 서방의 대응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번 시험은 프랑스가 근접 우주라는 새로운 전장 영역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앞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어 체계를 시작으로 최대 군사강국 미국,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한국과 일본, 북한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방어 체계 대응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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