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7일 검찰청 폐지와 금융감독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상정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발목잡기를 멈춰라”고 촉구했고, 국민의힘은 “어설픈 조직 개편은 국민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맞섰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여당은 해당 법안을 18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한 뒤 행안위 전체회의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추진하는 조직재편을 입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을 넘길 동안 제대로 된 조직을 못 갖춰 일을 못한다면 그 후가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야당을 향해 “이재명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다고 승복하고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이상식 의원도 “야당 의원들은 뭐가 그리 급해서 정부조직법 상정을 서두르냐고 하는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며 이날 국민의힘 주최로 정부조직법 관련 공청회·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두고서 “행안위를 연다고 하니 급하게 잡은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반면 야당은 민주당 측이 법안 논의를 위한 연석회의조차 거부했다며 숙려기간 없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간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정부 때는 정부조직법을 발의했지만 민주당이 논의하고 반대해서 결과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가 성사되지 못했고, 보훈처는 보훈부로 승격되는 것 말고는 수정된 게 없었다”며 “9월 25일을 디데이로 해놓고 상륙 작전하듯이 정부조직법을 개편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야당 간사인 서범수 의원도 “정부조직법은 우리 정부의 근간이 되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관련된 중대한 법인데, 왜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정부조직법은 행안위 소관이지만 그 내용물 자체는 여러 가지 상임위와 관련된 문제들이 엄청나게 엉켜 있다”며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주호영 의원도 “정부 조직을 너무 쉽게 탁상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며 “공소청과 중수청법이 아직 발의되지 않았는데, 협의 없이 법을 만들었다가 야당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걸면 다 통과되는데 2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이어 “윤석열 정부 때는 민주당의 동의가 어려워서 아예 개편을 하지 않은 채로 지나갔는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정부 조직을 만들 수 있어서 부럽다”고 뼈있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입장이 명확히 갈리면서 여야 의원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성권 의원은 윤건영 의원을 향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앉아 있는지,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 수석이나 비서관으로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고, 윤 의원은 “저를 선택해준 지역구 구민들을 능멸하는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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