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 제기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의 회동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민주당은 최근 조 대법원장이 6·3 대통령 선거에 앞서 한 전 총리 등을 만나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퇴근을 앞두고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를 통해 ‘최근 정치권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한 대법원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냈다. 그는 “정치권 등에서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 등과 만나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에 대해 논의했다는 취지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면서 “그러나 대법원장은 위 형사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으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당초 이날 퇴근길에 직접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면으로 대체했다. 그는 청사를 나서면서 ‘민주당에선 한 전 총리와 만났다는 녹취 증거가 있다는 데 입장이 있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 사건 개입 의혹을 공식 부인하자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면 된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의혹 제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본인은 부인하고 있고, 그렇다면 특검 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며 “떳떳하면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한편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최근 여권의 ‘선출 권력 우위’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보시라”고 직언했다. 문 전 대행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논의의 출발점은 헌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입법·행정부를 견제하도록 헌법이 설계한 기관”이라며 “그 판결이 불편하더라도 헌법이 부여한 권한인 만큼 존중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행은 사법 개혁과 관련해선 “사법부의 참여가 당연하다” 면서 “과거 사법개혁 기구에서도 법원은 늘 논의에 참여해 이해관계를 조율해 왔다”고 짚었다. 그는 “사법 개혁은 복합 사안인 만큼 일도양단식 결론보다는 본질적 이익을 지키되 비본질적 부분은 타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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