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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커지는 ‘커크 암살’…오바마 전 대통령도 결국 한마디했다

트럼프 진영 "反커크 발언 단속·처벌" 공언

인기 토크쇼 돌연 '무기한 방영 중단' 조치

NYT "정치적 반대세력 침묵 정당화시켜"

반파시즘 운동단체 '국내테러조직' 지정도

오바마 "의견달리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

1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대로에 있는 ‘지미 키멀 라이브!’ 방송 녹화 현장 앞에 모인 사람들이 키멀의 찰리 커크 암살 관련 발언을 이유로 내려진 ‘무기한 방영 중단’ 조치에 항의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이 미국 사회 분열을 심화시키며 민주주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암살 용의자를 ‘좌파’로 규정하고 정치적 반대 의견에 대한 단속을 예고한 뒤 실제로 방송 프로그램 중단, 직장 해고 등 징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행정부 관료들이 비자 취소, 테러단체 지정 등을 운운하며 좌파 척결에 열을 올리자 보수 청년의 비극적인 죽음을 내세워 진영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1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진보 성향 비영리단체 100곳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폭력 악용 시도를 규탄했다. 이들은 “정치 폭력을 악용해 우리의 선한 활동을 왜곡하거나 표현의 자유와 기부의 자유 같은 근본적인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거부한다”며 “표현을 억압하고 반대 의견을 범죄화하며 자선 기부를 왜곡하고 제한하려는 시도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모든 미국인에게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10일 유타밸리대에서 커크가 총에 맞아 숨진 뒤 급진 좌파 세력을 배후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암살 용의자가 인터넷을 통해 좌파 쪽으로 급진화됐다”며 색출 의지를 보였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커크의 죽음에 대한 외국인들의 문제 발언 시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 같은 ‘발언 단속’을 “찰리의 이름으로 하는 광범위한 국내 테러 운동”으로 명명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국빈 방문 중인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반파시즘·인종주의 운동인 ‘안티파(Antifa)’를 테러단체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안티파를 “병적이고, 위험하고, 급진적인 좌파 재앙”으로 규정한 뒤 이 단체에 자금을 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고 수준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적 폭력·증오 발언에 관한 행정명령까지 준비하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한 시위자가 ‘찰리 커크는 완전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있고(왼쪽 사진), 15일 미시간주의 한 도로에서 공화당 주최 찰리 커크 추모 행사 참가자가 ‘좌파의 폭력과 거짓을 멈추라’는 글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간에서도 강도 높은 사상 검증이 잇따르고 있다. ABC방송은 이날 장수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의 방영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키멀이 “마가(MAGA) 진영은 커크를 살해한 이 아이를 자신들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규정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이번 사안에서 정치적 점수를 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고 발언한 게 문제가 됐다. 앞서 MSNBC 정치평론가, 워싱턴포스트 논설위원도 커크 관련 발언으로 업무에서 물러났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은 “트럼프 관리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디어를 막기 위해 권력을 남용해 누가 말하고, 쓰고, 심지어 농담할 수 있는지 결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매카시즘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행위는 수정헌법 제1조의 자유(언론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이 외에 아메리칸에어라인 등 일반 기업도 문제의 발언을 한 직원들을 해고했다.

일각에서는 우파 진영의 이율배반을 지적한다. 그간 성소수자·무슬림 등에 대한 증오 표현을 일삼으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온 그들이 좌파 진영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커크의 피살 사건을 반대 세력을 침묵시키는 조치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태가 악화하자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날 한 행사에 참석해 “미국은 지금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커크 암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을 하나로 모으기보다는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전제는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때로는 매우 격렬한 논쟁을 벌이며 의견을 달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유타주 유타밸리대 학생들이 17일(현지 시간) 대형 성조기가 게양된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우군이자 우익 활동가인 찰리 커크가 행사 중 총격으로 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우려에도 행정부의 통제는 온라인 플랫폼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디스코드·스팀·트위치·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4곳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다음 달 8일 커크 암살 관련 청문회 참석을 요구했다. 제임스 카머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의회는 급진주의자들이 정치 폭력을 조장하기 위해 이용해온 온라인 플랫폼들을 감시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파장 커지는 ‘커크 암살’…오바마 전 대통령도 결국 한마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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