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부작용을 완화시키고 집값 안정을 위해 세금정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물샐 틈 없이 준비돼 있다.”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비서관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포함해 한미관세협상과 경제성장률 제고방안, 국가채무 및 금융경제정책 등 현 정부 경제정책 전반을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에서 “공허한 수치가 아니라 체감 할 수 있는 공급을 할 것”이라며 “수도권 주택 수요는 지방우대 패키지 정책을 통해 분산시키는 동시에 집값상승과 전세사기 등에 악용되는 전세자금대출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및 국세청, 국토교통부 등 범 정부 합동 ‘부동산시장감시단’의 출범도 예고했다.
최대 현안인 한미관세협상에 있어서는 “미국이 초반 여러나라와 (일괄적인)관세협상을 하다보니 한국의 사정과 조건을 몰랐던 부분이 있다”며 “통화스와프 제안도 양국의 형편을 이해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0.9%인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 수석은 석유화학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산업계의 ‘그림’이 나와야 인센티브도 가능하다”고 언급해 업계의 협조를 전제로 한 기업 인센티브 가능성도 시사했다. 벤처생태계 활성화에 필요한 일반 지주회사 소속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에 대해서는 “금융과 산업의 균형적 발전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원칙를 두고 “경제에 도움이 될지 면밀히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수석은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오랫동안 이 대통령의 ‘경제책사’로 불리며 경제정책과 공약 결정에 영향을 미쳤지만 지난 대선과정에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외에는 언론노출을 자제하는 등 자세를 낮춰왔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선 경제정책을 실제 주도하며 얻은 자신감이 시종일관 뭍어나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동산 정책] “물 샐 틈 없이 대책 준비…테이블 위에 모든 정책 있다”
-최근 발표한 ‘수도권 135만호 공급’ 대책에 일반 분양과 임대주택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공급은 충분한가.
△9·7부동산 대책에 수도권과 서울에 2030년까지 각각 134만 9000호와 33만 4000호의 주택이 착공된다. 공공택지 조기화, 노후시설 유휴부지 재정비, 도심지 주택공급, 민간공급 여건 개선 등이 포함된다. (이재명 정부는)공급을 착공을 기준으로 삼아 공허하게 수치만 발표하는 게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수치로 발표했다. 일반 분양과 임대 주택 비율은 LH 개혁위원회 논의를 거치며 확정될 것이다.
-현 정부 부동산 대책이 과거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나.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올라가는 모습인데 (대책마련에) 다 준비가 돼있다. 과거 정부들에 비해 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금융화 돼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금융화에 대한 대응은 수요 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를들어 전세자금대출은 좋은 의도로 100%보증을 해줬지만 전세사기로 귀결되기도 했다. 금융이 왜곡된 결과인 셈이다. 과거엔 (전세대출)규제가 빠져 있었지만 이번엔 어디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다 파악을 해서 물 샐 틈 없이 대책을 내놨다. 물론 전세이용이 많은 서민과 취약계층을 고려해 주거복지는 (뒷받침하고) 집값을 올리거나 전세사기에 악용되는 전세대출 부작용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우대 정책패키지도 준비해 수도권 주택 수요의 분산 노력도 하고 있다. 집값과 관련된 정책들은 많이 있다. 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고, 필요할 때 마다 활용하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 세금정책도 올려져 있나.
△배제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다 올려져 있다. 부동산 시장 감시 조직도 준비하고 있다. 경찰청, 국세청, 국토부 등 관련된 모든 기관이 참여해 부동산 시장의 불공정, 불법적인 부분은 감시하고 시장 왜곡이 대한 철저한 대처를 할 것이다. 이미 논의가 됐고 구체화 단계를 거쳐 최대한 빠르게 출범시킬 것이다.
-건설사들의 재정이 크게 악화하는 상황에서 산재에 대한 규제 강화는 부담을 키우고 있다.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산재에 대한 규제)는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지킬 것은 지켜가자는 측면으로 봐야한다.
[한미관세협상] “반도체 최혜국 지켜져…신의성실 원칙하에 협상”
-관세 후속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있나.
△반도체 최혜국 등은 신의성실의 원칙 하에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고 관세피해에 대해선 정책자금과 저리대출, 무역보험 270조 원 지원 및 철강과 알루미늄 파생상품 특화 지원에도 5700억 원이 편성됐다. 수출바우처에도 4200억 원 등 대책을 마련해놨다.
-미국 정부에 통화스와프를 요청한 것은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라는 식의 미국 요구를 수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7월 관세협상 타결 이후 환율흐름이 (평소와는)다른 움직임을 보였고, 외환시장에 벌써 영향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미투자 자체가 한국이 미국에 돈을 보내는 것이다 보니 외환시장에 불안 요인이 될 수가 있다. 어떤 식으로 협상이 완전히 타결될지는 지금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외환시장에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다. 외환시장 안정성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의 일환이다. 협상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국이 처음에는 여러나라와 관세협상을 하다보니 한국에 대해서 정확하게 연구를 못했을 수 있었고 (통화스와프를 포함하는 것도)이제 서로 이해를 넓혀 나가는 상황으로 보면 된다. 즉 한국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미국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률 및 국가부채] “내년 성장률은 1%상회할 것”
-올해 성장률 0.9%전망치는 달성 가능한가.
△지금 흐름대로 가면 가능할 것이다. 소비는 상당히 많이 개선됐다. 특히 소비 심리가 7~8년 정도 만에 최고로 좋아진 상태인데다 내수 지표들이 좋아지고 있다. 건설지표가 안 좋긴 하지만 회복되는 과정으로 보고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1%를 넘길 수 있나.
△내년 경제상장률은 1%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마다 전망치 차이가 있지만 1% 중후반대 걸쳐있어 (현재 같은)흐름을 이어가면 가능할 것이다.
-민간부채(가계+기업)부채가 GDP대비 207.4%(한국은행, 6월5일)으로 일본 버블시기인 1994년 214.2%와 유사하다. 과도한 민간부채가 한국의 경제를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구조적인 문제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전에는 기업부채가 문제였는데 이후 기업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가계로 방향이 바뀌었다. 특히 부동산에 돈이 들어가면서 가계부채 늘어났다. 은행도 안정성을 고려해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가면서 불균형이 쌓였다. 이제 생산적 금융으로 돈의 흐름을 바꾸면 경제가 활력을 얻고 양극화도 완화될 것이다. (민간부채 해소방법은)금융을 부동산에서 생산적으로 전환시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다.
-생산적 금융이 추상적인 면도 있다.
△부동산은 상당부분 땅값이다. 땅이란 건 생산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즉 생산적 금융이란 돈이 보다 새로운 자본과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여서 경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효과 있다. 지대가 아닌 임금이나 이윤 등으로 생산적인 데 기여하도록 돈의 흐름을 바꾸자는 것이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의 적정선은 설정해뒀나
△IMF와 글로벌 기관 등을 종합해서 보면 다른 나라들 비해서 한국은 재정여력이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성장잠재력이다. 성장을 하는데 돈이 없어서 좋은 기회를 놓친다고 하면 안된다. 돈을 빌려서라도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효과는 충분히 많이 나올 상황이다. 그렇다고 (국가부채를) 무제한 늘리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거시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수준까지는 늘릴 수 있다. 돈을 낭비하는 게 아니고 저출생 문제와 청년들의 기회축소 등의 대비를 재정의 역할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높이면 재정건전성도 높아질 수 있다.
[신성장 동력] “150조 국민성장펀드 12월 출시 가능”
-국민성장펀드 150조 원 증액했는데 유효한 규모인가.
△첨단전략산업 기금 75조 원과 민간, 국민들의 자금 75조 원이 포함된 금액으로 첨단전략산업 기금은 정부 보증 채권을 활용한 투자다. 관련 투자가 가능하도록 산은법 개정안이 마련돼 있고 12월10일 시행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민성장펀드도 12월 출시될 것이다. 펀드는 기업들이 위험해서 하기 어려운 인공지능(AI)인프라 등에 대대적으로 투자한다.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을 열고, 자본을 공급해서 창업이 되고 기업들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저출생 고령화·경직된 노동시장·수도권 과밀화 같은 고질적인 문제해결의 방안도 있나.
△몇 가지 꼽아보면 행정개혁이 중요한 과제다. 예를 들어 공직자의 복지부동을 일으키는 정책감사를 폐지함에 따라 공직사회가 보다 활발히 움직일 것이다. 규제개혁도 근본적으로 틀을 바꾸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의 새로운 접근법을 만드는 가 하면 금융개혁으로 생산적 금융으로 이끄는 것도 방법이다. 평생교육 차원에서 교육개혁도 필요하다. 행정, 규제, 금융, 교육 개혁이 잘되면 새로운 기업과 산업이 생겨날 것이다.
-노동유연화 등의 노동개혁 방안도 있나.
△기업이 역동적으로 새로 생기면 기업 생태계 유연성이 노동의 유연성까지 확대되는 결과가 나온다. 현재 우리 기업 생태계가 굉장히 경직적이다. 그러다보니 노동 유연성이 큰 이슈가 되는데 기업 생태계가 유연해지기 위해선 경제 역동성을 키우며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
-석유화학 구조조정도 진행중이다. 구조조정 산업군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도 검토하나.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같이 살아나갈 방법 찾아나가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인센티브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적절한)산업계의 ‘그림’이 나온다면 현재 논의 과정 속에서 인센티브를 지원할 준비가 나름 돼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공약은 지켜지나.
△열심히 검토를 해 왔고 금융, 통화, 지급 결제 여러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소비자 보호다. 결론을 내렸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용자와 시스템 리스크까지 관리 할 수 있는 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왔고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부채 탕감이나 저신용자의 금리인하 등이 ‘역차별’ ‘도덕적해이’라는 우려가 계속된다.
△한국은 약탈적 금융 개념이 없다. 금융은 대출을 해주면서 민간 화폐를 창조하는데 이건 엄청난 특혜다. 또 공적인 자원을 금융이 쓰고 있는 것인데 약탈적 금융을 하면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최근 한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이 CVC 금산분리 완화를 건의했다. 검토하고 있나
△금산분리라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 균형적 발전이라는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전제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수준은 아니지만 여지가 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를 종합적으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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