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내년 초 중국에 갈 것이고 시 주석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미국에 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 주석과 방금 매우 생산적인 통화를 마쳤다”며 이 같이 적었다. 미중 정상 통화는 지난 6월 5일 이후 3개월 여 만이다. 중국 역시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미중 정상 통화를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무역, 펜타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종식 시킬 필요성, 틱톡 거래 승인 등 매우 많은 중요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뤘다”며 “통화는 매우 좋았고 우리는 전화로 다시 이야기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틱톡 (매각) 승인에 감사하며 둘 다 APEC에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0월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첫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APEC을 전후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시점을 내년 초라고 언급함으로써 미중 긴장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통화에 대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를 보면 중국은 “통화 내용이 긍정적,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함께 싸운 동맹국”이라며 “얼마 전 중국은 중국 인민 항일전쟁,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며 미군 플라잉 타이거즈 생존자 가족들을 천안문 성루에서 열병식을 참관하도록 초대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인민은 미국과 다른 반파시스트 동맹국들이 중국의 항일전쟁에 제공한 귀중한 지원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열사들을 기리고 역사를 기억하는 것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시 주석은 미국에 무역제한 조치를 자제하라는 뼈 있는 말도 했다. 시 주석은 "미국은 여러 차례 협상을 통해 이룬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일방적 무역 제한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틱톡과 관련해서 시 주석은 "중국 입장은 명확하다"며 "중국 정부는 기업 의견을 존중하며 시장 규칙에 기반한 상업 협상을 진행하고 중국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하며 이익의 균형을 이루는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이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사업 환경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말했다.
이날 통화에 앞서서 양국에서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잇따라 나왔다.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버킹엄셔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와 기자회견을 갖고 “미중은 합의에 꽤 근접했다(pretty close to a deal)”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과 (관세 유예 조치) 연장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지금과 같은 조건을 기반으로 한 연장일 것이다. 매우 좋은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은 서로에 대한 관세율을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했고 이 조치의 유예기간은 11월 10일까지다. 그때까지 중국과의 협상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유예를 연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합의에 대해서는 “미국은 엄청난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 난 이걸 협상을 타결한 것만으로 받는 수수료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대주주 지분을 미국 기업이 인수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라클 등 미국 투자자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80%가량의 지분을 보유하는 법인을 설립,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인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주요 외신들을 보고 있다.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합의에 따른 수수료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틱톡을 운영하는 알고리즘을 미국이 새롭게 개발할지, 아니면 중국 알고리즘을 계속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 알고리즘을 계속 사용할 경우 국가 안보 문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협상에 공을 들이면서 최근 대만에 대한 4억 달러(약 5550억 원) 규모의 방위 지원 패키지 승인을 거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탄약, 자율 드론 등 과거 대만 지원 패키지보다 더 치명적인 무기들이 포함된 패키지 승인을 거부했으며 이는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중국 측도 화답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19일 푸단대 연구원 장지펑이 쓴 ‘중국·미국, 구름 속에서 희망적인 전망 제시’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장 연구원은 마드리드 회담에 대해 “중미 관계 정상화와 첨단기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었다”며 “틱톡과 같은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 기본 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중미 관계가 대립만으로 정의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위협이 되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나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핵무기 제조 시설 인근에 위치한 군 기지 소유권을 되찾아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를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는데 이곳은 미군이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까지 약 20년간 작전본부 역할을 해온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그람 공군기지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핵무기를 제조하는 곳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기지 반환에 따른 위험이 이익보다 훨씬 크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기지 유지에 수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고 수리에도 많은 비용이 들며 이란·알카에다 등 무장 세력의 위협도 방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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