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4세의 ‘재즈 기타 거장’ 빌 프리셀(사진)은 대개 미리 정해놓은 선곡표 없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이 시작되면 멤버들과 서로 주고받으며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음악을 즉흥적으로 만들어 간다. “다른 멤버가 내는 소리에 제가 반응해요. 그러면서 ‘아, 오늘은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죠.”
프리셀은 최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라이브 공연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다음달 19일, 22년 만에 내한해 자라섬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그의 ‘즉흥성’은 이번 내한 공연도 마찬가지다. 프리셀은 “같이 무대에 서는 베이시스트 토머스 모건, 드러머 루디 로이스턴과는 오랫동안 수많은 곡을 함께 같이 연주한 사이”라며 “서울 도심이 아닌 작은 섬의 야외 무대에서 갖는 공연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 방문은 뜸했지만 한국 음식과 음악에 대한 관심은 크다. 프리셀은 “22년 전 짧게 한국에 머물렀지만 음식이 정말 훌륭했다”며 “지금도 집 근처의 한국 식당에 아내와 함께 가곤 하는데, 갈비와 생선요리, 김치, 김에 싸 먹는 음식들, 그리고 작은 접시에 여러 반찬이 나오는 한국식 식사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프리셀은 K팝보다는 한국 전통음악에 더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 계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무형문화재 82호’(Intangible Asset No. 82)였다. “한 호주 드러머가 별신굿 명인 고(故) 김석출 선생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알게된 한국 음악의 리듬과 공간감, 소리의 강렬함이 정말 놀라웠어요.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현재 이 다큐멘터리 DVD를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직접 판매 중이기도 하다.
음악에 대한 관심에 있어서 ‘장르 구분을 무의미하다’고 보는 그의 음악관과 맞닿아 있다. “솔직히 제 음악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쓰는 모든 장르의 라벨은 인위적이에요. 결국은 다 하나의 음악일 뿐이죠.” 그는 음악을 커다란 수프에 비유한다. 컨트리, 포크, 록, 블루스, 클래식 등으로 나누기보다는, 이 모든 것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혼합체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는 “연주할 때는 ‘이건 재즈다’, ‘이건 클래식이다’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그냥 나의 목소리를 낼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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