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핵프로그램을 동결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완전한 핵폐기 전에 ‘핵 프로그램 동결’을 잠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관세 후속협상과 관련해선 “미국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1997년 외환위기 같은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2일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방미길에 오르는 이 대통령은 영국 BBC방송과 로이터 등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외교안보 및 통상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선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매년 15~20개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하고 있으며, "임시 긴급 조치"로서 동결이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문제는 우리가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성과 없는 시도를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중 일부를 달성할 것인지다"고 설명했다. 2022년 핵보유국을 선언한 북한과 협상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019년 결렬된 북미 핵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어느 정도 상호 신뢰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 만남이 다시 성사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는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모두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미국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실시한 이민 단속과 관련해 그는 “이번 사건이 한미 동맹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아니라 현지 사법 당국의 과도한 판단에 따른 결과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아울러 이 대통령은 한국은 방위비를 늘릴 계획이라며 안보와 관련해 미국과 큰 이견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전임 윤석열 정부와 달리 대북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대통령 취임 후 북한을 자극했던 대북 라디오 방송을 중단했다. 이 조치가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에 접근할 기회를 막는다는 인권 단체 비판에 이 대통령은 “방송이 갖는 실질적 효과는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며 “정권을 자극하는 비용보다 이익이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 정부 대북 기조가 매우 적대적이었던 만큼 남북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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