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핵 동결’ 합의가 이뤄진다면 수용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핵 동결이 비핵화를 향한 ‘임시적 비상조치’”라고 전제했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핵보유국 인정’이 현실화돼 북한이 원하는 ‘핵군축’ 협상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도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 동결에 대해 “실행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 결실 없는 노력을 고집할 것인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일부라도 달성할 것인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일정 수준의 상호 신뢰가 있다”고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며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한다면 북미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올 10월 열리는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더해 북미 회담이 추후에 연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조건을 제외한다는 전제로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내부적으로 미국과의 대화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다만 북미 회담에서 우리는 배제되고 북한의 핵군축 협상만 이뤄지는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