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는 국내 대표 불꽃 축제인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행사가 진행되는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 숙박 시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숙박 업소는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예약을 받고 있었으며 개인의 경우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옥상이나 베란다를 대여해주겠다며 수십만 원을 요구하는 일명 ‘한강뷰 봉이 김선달’들도 등장하고 있다.
24일 숙박업계에 따르면 27일 진행되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최근 여의도 일대 숙박 업소들이 잇따라 숙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숙박 예매 사이트에 접속해 ‘불꽃축제 명소’로 불리는 숙박 업소 다섯 곳의 축제 당일부터 다음 날까지 1박 가격을 분석한 결과 평소 대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가격을 올렸다. 일례로 평소 토요일 1박 숙박 가격이 26만 원인 한 호텔은 이달 27일에는 정가의 2배에 가까운 51만 원에 예약을 받고 있었다.
이처럼 숙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지만 대부분의 객실들은 매진된 상태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는 축제 당일 숙박권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여의도 근처 일부 거주민들도 이번 축제를 통해 ‘한탕’을 노리고 있다. 한 거주민은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모습을 사진으로 올리며 “입주민 전용 옥상을 양도할 테니 돗자리를 가져와서 편하게 즐기다 가라”고 판매글을 올렸다. 판매자가 제시한 금액은 20만 원이었다. 50만 원에 한강변 아파트 베란다를 5시간가량 빌려주겠다는 게시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주최 측인 한화에서 추첨을 통해 일부에게만 지급한 티켓을 34만 원에 판매하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원 등 ‘명당’ 자리를 하루 전부터 맡아주는 대신 15만~30만 원을 요구하는 ‘명당 대리 선점’ 심부름을 자처하는 시민들도 등장하고 있다.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스타벅스 여의도한강공원점이 판매한 한강 전망석을 양도한다는 중고거래 게시글에는 수십 명의 구매자가 줄을 서는 모습도 관측됐다.
이러한 가격 폭리 문제는 비단 여의도 불꽃 축제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11월 15일 부산불꽃축제가 열리는 부산 광안리도 마찬가지다. 10월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가 진행되는 경주의 숙소들도 행사 기간 숙박비를 올렸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외에도 인기 가수의 콘서트나 유명 영화제 또는 지방 축제 등도 숙박 업소들의 폭리 취득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숙박 바가지를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율요금표시제에 따라 법적으로 숙박요금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유명 지역 축제 관계자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숙박비가 올라 축제 참가자들의 불만이 폭주해 축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지역 숙박업계의 자발적인 ‘양심 판매’와 더불어 지자체에서 바가지를 막을 수 있는 조례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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