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난 직후 입안의 불쾌한 냄새나 맛은 대부분 사람들이 겪는 흔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히 구강 관리 부족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우리 몸의 다양한 생리적 변화와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학계 견해가 제시됐다.
최근 영국 치과 전문의 소피나 아메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상 후 나타나는 구강 내 금속성 맛이나 신맛, 짠맛 등은 구강 위생보다는 수면 중 타액 분비 변화, 잠자리 습관, 상기도 질환, 소화기계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수면 상태에서는 타액 분비가 현저히 감소한다. 특히 구강 호흡을 하거나 입을 벌린 채 잠드는 이들에게 더욱 두드러진다. 타액은 구강 내 병원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양이 부족해지면 세균 번식이 활발해져 악취와 함께 혀에서 쓴맛을 느끼게 된다.
기상 후 혀에서 감지되는 짠맛이나 혈액 맛은 코나 부비강 이상을 시사한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만성 부비강염 환자들은 잠든 사이 점액이 인후로 흘러내리는 현상을 자주 경험한다. 이 점액에는 병원체와 염증 물질, 미량의 혈구 성분이 포함돼 특유의 짠맛과 비린내를 유발한다.
구강 내 산도 상승도 주요 원인이다. 야간 동안 음식물 찌꺼기와 당류가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산성 물질이 생성되고, 타액의 산성도가 높아져 불쾌한 맛을 유발한다. 위산과 소화 효소가 목 부위까지 역류하는 증상이 있으면 수면 중 위산이 혀 표면에 잔류해 아침에 강한 신맛이나 금속 맛이 지속된다.
모든 구강 불쾌감이 병적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얕은 잠이 지속되면 미각 인지 능력이 저하돼 맛 감각에 이상이 생긴다. 특히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산소 부족과 구강 건조증, 전신 염증 증가 등이 복합 작용해 미각 민감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아메드 전문의는 "취침 전후 적절한 수분 공급만으로도 구강 건조와 세균 증식을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다"며 "무설탕 껌이나 혀 청소 도구 활용도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일상적 관리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구강 불쾌감이 지속된다면 수면의 질, 소화기 건강, 비강 상태 등 전반적 건강 점검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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