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골프 전쟁’인 제45회 라이더컵이 25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주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에서 진행된 개막식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롭고 또 시끄러운 매치플레이 대회인 라이더컵은 26일부터 이틀간 포섬(번갈아 치기)·포볼(각자 공 치기) 매치를 벌이고 28일 1대1 싱글 매치로 승리팀을 가린다.
통산 전적은 미국이 27승 2무 15패로 크게 앞서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유럽이 8승 3패로 압도하고 있다. 직전 대회인 2023년 로마에서도 유럽이 16.5점-11.5점으로 이겼다. 다만 홈 팬 응원이 워낙 일방적인 대회라 원정팀이 이기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유럽의 미국 원정 승리는 2012년 시카고 대회 1점 차 승리가 마지막이다. 이후 두 번의 미국 대회에서는 모두 홈팀 미국이 크게 이겼다.
세계 랭킹 1·2위인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간 자존심 대결이 최대 관전 포인트겠지만 진짜 눈여겨볼 선수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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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떠나 LIV 골프에서 뛰는 디섐보는 구독자 250만 명의 유튜브 스타다. 화끈한 플레이 스타일과 직설 화법의 그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어쨌든 디섐보가 가는 곳에는 사람이 몰리고 이야기가 넘친다.
미국 골프 채널은 “셰플러가 에이스, 저스틴 토머스가 리더 역할이라면 디섐보는 미국팀의 린치핀(핵심축)”이라고 했다. 기량은 물론 팀 분위기를 이끄는 능력 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이다.
‘극악’ 난도로 유명한 베스페이지 블랙은 뉴욕 주민이면 주말에도 80달러에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친숙한 곳이다. 뉴욕 양키스(야구) 등 지역 연고 프로팀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탓에 극성스러운 뉴욕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오롯이 라이더컵으로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잰더 쇼플리(미국)는 “스스로를 글래디에이터(검투사)로 여기는 디섐보에게 이곳은 훌륭한 전장이 될 것”이라면서 뉴욕 팬들 앞에서 디섐보 효과는 극대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팀 단장인 키건 브래들리는 “디섐보는 골프 실력만으로 우리 팀에 X팩터(결과에 큰 영향을 줄 변수)”라고 힘을 실었다. 이날 연습 라운드에서 디섐보는 다른 선수들과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나무를 넘기는 360야드 드라이버 샷을 날려 탄성을 자아냈다.
한편 유럽팀 단장인 루크 도널드는 개막식 연설에서 “라이더컵은 상금이나 세계 랭킹이 걸린 대회가 아니다. 가족과 동료·나라·대륙을 위해 싸우는 자부심의 대회”라며 “우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미국팀 선수들이 협회로부터 20만 달러씩 수당을 받기로 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98년 역사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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