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치안정감과 치안감 등 경찰 고위직에 대한 보직 인사를 25일 본격 단행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발탁돼 두각을 나타냈던 인사들이 밀려나고 문재인 정부 시절 경무관으로 승진했던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며 경찰 고위직 물갈이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를 통해 서울시 치안을 총괄하는 서울경찰청장에는 이달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박정보(57·간부후보 42기) 경찰인재개발원장이 임명됐다. 박 청장은 전남 진도 출신으로 광주경찰청 수사부장, 강원경찰청 수사부장, 서울경찰청 수사차장, 전남경찰청장 등을 지낸 자타 공인 ‘수사통’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비상계엄 후 서울청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는 경찰인재개발원장으로 밀려났다. 올 2월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되며 서울청장 직무대리직을 맡았던 박 직무대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 인근 경비 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하는 등 혼란한 정국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서울청을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초고속 승진했다는 점 외에 경찰국장으로 근무했다는 이력 등으로 ‘윤석열 정부 인사’라는 꼬리표를 끝내 떼지 못하며 7개월 만에 승진 내정이 취소돼 한직으로 물러나게 됐다. 승진 내정자의 승진이 취소된 것은 초유의 사태다.
경기남부경찰청장에는 황창선(59·경찰대 6기) 대전경찰청장이 임명됐다. 황 청장은 경기 화성 출신으로 경찰청 기획조정관, 치안상황관리관, 충북청 자치경찰부장 등을 두루 거친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인천경찰청장에는 한창훈(57·간부후보 45기)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이 임명됐다. 한 청장은 전남 무안 출생으로 전남 영광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장, 서울 성동경찰서장, 경찰청 교통안전과장,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 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부산경찰청장은 ‘경비통’ 엄성규(54·간부후보 45기) 강원경찰청장이, 경찰대학장 직무대리는 김성희(55·경찰대 9기) 경남경찰청장이 맡는다.
이날 인사를 통해 경찰청 차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한 경찰 조직의 ‘2인자’로 꼽히는 치안정감 자리가 모두 물갈이됐다. 치안정감 자리는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청장과 경찰대학장, 국가수사본부장, 경찰청 차장 등 7자리다.
경찰 조직 내 이른바 ‘3인자’로 분류되는 치안감 25명에 대한 보직 인사도 함께 이뤄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경무관으로 승진했던 인사들이 경찰청과 지방경찰청 등 요직을 두루 차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홍석기 경찰청 사이버수사심의관은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으로, 유윤종 서울청 자치경무부장은 울산경찰청장 직무대리로 각각 자리를 옮긴다. 또 고범석 서울청 경비부장은 경찰청 경비국장 직무대리로, 김원태 인천국제공항경찰단장은 경찰청 치안정보국장으로 각각 발탁됐다. 김영근 광주청 공공안전부장은 승진해 광주경찰청장에, 이종원 경기남부청 생활안전부장은 충북경찰청장에 임명됐다. 최보현 부천원미경찰서장은 서울청 수사차장에 발탁됐으며 경남경찰청장은 김종철 강원청 생활안전부장이 맡게 됐다.
신임 경찰청 대변인에는 홍보담당관 출신의 곽병우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이 임명됐다. 기존 대변인인 김동권 치안감은 경기북부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편 이날 발표된 인사 이임식은 26일 진행되며 정식 부임 날짜는 이달 2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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