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의 비위를 고발하기 위해 공문서를 열람해 개인정보를 취득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28일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부산환경공단 직원으로, 2021년 1월경 같은 사업소에서 근무하는 B씨의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 사실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2019년 4월 공단이 발송한 ‘일반건강검진 대상자 변경 완료 알림’을 통해 B씨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냈다. 문제는 A씨가 해당 정보를 B씨 동의 없이 고발장에 기재해 제출한 것이었다. 이에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A씨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1심은 A씨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고, 2심도 항소를 기각하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발장에 B씨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기재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고발장에 기재된 정보는 공단이 A씨를 공람자로 지정한 통상적인 공문 열람을 통해 알게 된 것에 불과하다”며 “고발을 접수한 수사기관은 수사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을 확보할 수 있고, 또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발장에 개인정보를 기재했다고 해서 B씨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수사기관이 이 개인정보를 수사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위험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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