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장에서 군인과 4족 보행하는 로봇 군견이 한 팀이 돼 싸우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9월 24일 경북 포항시 정천리종합훈련장에서 다족보행로봇과 각종 드론 등을 활용한 육·해상 실기동 실험을 통해 실제 연출됐다.
상륙 명령과 함께 전투로봇과 상륙군의 합동작전 지시가 내려지자마자 상공에 크고 작은 드론이 연이어 떠올랐다. 상륙돌격장갑차(KAAV) 위에 설치된 드론스테이션에선 공중 정찰 무인기가 이륙하기 시작했다. 육상에는 전투로봇인 다족보행로봇과 다목적무인차량, 무인·원격화 지뢰제거 장비(MV4)가 대거 기동하며 뒤따르는 상륙군을 엄호하는 동시에 합동작전에 나선다.
마치 게임 속 미래전을 옮겨 놓은 듯한 이 풍경은 해병대1사단 전투실험대대의 대규모 전투실험 현장모습이다. 이날 실험의 핵심은 ‘미래 상륙작전 선두에 사람 대신 무인체계를 투입하면 해병대 상륙작전은 어떻게 달라질까’에 대한 모의훈련 데이터를 쌓는 것이다.
실험은 병력과 무인 전투장비가 해안가에 상륙한 뒤 육상 전개부터 시작한다. 주목할 것은 이번 실험은 기존 중대 병력 편성 대비 최대 30% 병력 감축을 목표로 그 부분을 무인체계로 메웠다. 각종 정찰·자폭 드론, 소총을 장착한 무인기, 무인지뢰제거차량, 다족보행로봇 등이 총출동했다.
다족보행로봇은 좁은 지형과 장애물을 넘으며 육상 정찰을 도왔다. 공중 드론은 실시간 거리 측정과 정밀 표적 지시로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도왔다. 공격용 소형 드론의 경우 적 도심지형에 투입돼 기습사격을 수행하는 임무도 맡았다.
무인·원격화 지뢰제거(MV4) 장비는 운용요원의 원격조종에 따라 훈련장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지뢰들을 무력화했다. 승무원 없이 리모컨 운용자 제어장치(OCU)로 1㎞ 이상 원격 조종을 할 수 있어 지뢰가 폭발하더라도 운용요원이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장비에 부착된 카메라로 작전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원거리 정찰 임무도 동시 수행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실전적 전투 데이트를 쌓기 위해 실험은 단순 장비 시연이 아니라 실제 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지 ‘효율성’을 검증을 하고자, 사단은 마일즈 장비를 장착한 대항군을 투입해 모의 교전을 실시했다.
해상과 육상에서 상황별 시나리오를 구체화해 해병대가 해상에서 육지로 화력을 집중하는 결정적 행동 단계에서부터 육상으로 기동해 장애물을 극복하고 목표물을 확보하는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해 실시했다.
특히 유무인 복합체계를 통해 획득한 정보로 적을 식별, 타격하며 상륙해안에 있는 기뢰와 지뢰 등 장애물을 제거하고 무인 체계를 활용한 비접촉 원거리 전투를 통한 상륙군 전투력을 확보했다.
오는 11월까지 해병대사령부 분석평가처 주간으로 워게임 실험을 통해 결과를 분석하고 발전 사항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병대는 연구 및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전투실험의 규모를 2027년까지 여단급으로 확대해 전장에서 로봇 군견과 합동작전에 나서는 상황처럼 미래 상륙작전에서 무인체계와 연계된 전략 및 전술을 도출해 낼 방침이다. 해병대사령부는 국방혁신 4.0 구현을 위해 해병대1사단에 ‘전투실험대대’를 편성하고 2024년 1월 29일 출범시켰다.
미 해병대는 이미 수년 전에 4족 보행이 가능한 구글 전투 로봇과 합동으로 모의 전투를 실시한 장면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미 해병대와 합동 작전을 한 구글 로봇은 무게 약 72㎏으로 일반 성인들과 유사하다. 이 로봇은 전기로 구동되며 자체 센서를 달아 어떤 지역이든 자유롭게 이동하는 게 가능하다. 유사 상황 시 조종사가 로봇을 조종할 수도 있다. 스폿 조종에는 노트북과 엑스박스 컨트롤러가 사용된다.
위급한 전투 상황에선 두 손으로 노트북, 컨트롤러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 노트북을 조종하는 사람 몸에 끈으로 묶었다. 약 500m 이내의 거리에서 무선으로 스폿에게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미국은 실제로 각종 센서와 카메라, 기관총으로 무장한 신형 첨단 전투 로봇을 각종 훈련에 투입하고 있다. 이 전투 로봇의 이름은 ‘모듈식 첨단 로봇 무기시스템’(MAARS·Modular Advanced Armed Robotic System)이다. 보병 부대와 함께 이동하면서 화력 지원과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체계다.
MAARS가 실전 배치되면 13명으로 구성된 보병 분대의 전투력이 크게 향상됐다. MAARS는 400발의 탄환을 싣고 이동 가능하며 기관총 대신 40㎜ 유탄발사기도 설치할 수도 있다. 최대 이동속도는 시간당 7마일로 12시간 가량 작동 가능하다. 전투병이 전투 중에 부상을 당할 경우 전투병을 끌고 나오는 임무도 수행한다.
중국도 무장한 4족 보행 전투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관영매체 중국중앙TV(CCTV)가 중국의 ‘로봇늑대’가 인민해방군 훈련에 투입된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중앙TV(CCTV) 보도에 따르면 모습을 드러낸 로봇늑대는 4족 보행 전투로봇이다. 공개된 훈련 모습은 초원지대에서 병사들은 QBZ-191 돌격소총, QBU-191 저격소총, 휴대용 로켓 발사기 등으로 무장하고 전투 로봇은 정찰용 장비를 탑재한 채 함께 훈련에 투입됐다.
로봇늑대 무게는 50㎏ 이상으로 정찰과 수송, 지원은 물론 공격도 가능하다. 소총은 물론 로켓포 등 다양한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등 시가전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D 광각 인식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배터리와 파워체계를 갖춘 전투로봇은 2시간에서 4시간 동안 작동이 가능하다. 특히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전후방 이동을 비롯해 점프와 포복 기동을 할 수 있고 장애물을 우회하고 표적에 신속히 접근할 수도 있다.
2024년 5월에도 CCTV는 중국군과 캄보디아군과의 합동 군사훈련에 참여한 4족 보행 전투로봇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영상에도 정찰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의 모습이 담겼다. 등에 소총을 달고 걸어가며 소총을 쏘는 장면이 담겨 충격을 줬다. 중국군은 최근 소총으로 무장한 전투로봇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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