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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형사사법 실험…법조계 "1차 수사기관 견제장치 필요"

[검찰청 78년 만에 폐지]

1년 유예 거쳐 중수·공소청 가동

급격한 개편에 수사력 약화 우려

공소청 '보완수사권' 여부도 논란

與 "무소불위 폭력적 권력 사라져"

野 "범죄자만 박수 칠 개악" 비판

검찰청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78년 역사의 검찰청은 폐지된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중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으로 분리된다. 뉴스1




검찰이 78년 만에 폐지된다. 검찰 수사·기소권을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각각 분리하는 사상 초유의 형사 사법 실험이 내년 8월 시작되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보완수사권 등 1차 수사기관 견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신설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948년 창설된 검찰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완전 해체된다. 수사 기능은 중수청으로, 기소 기능은 공소청으로 각각 이관된다. 중수청·공소청이 본격 가동되는 내년 9월 전까지 청사 확보와 인력 배치는 물론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 역시 마무리해야 한다.

오랜 기간 작동된 형사 사법 체계를 뜯어고쳐야 하는 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공소청이 앞으로 중수청·경찰에서 송치한 사건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데 과연 사건 실체를 정확히 밝힐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특히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를 두고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는 보완수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중수청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문서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실무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현재도 사법경찰관의 송치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하면서 수사 내용이 바뀐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고 했다. 변협이 12~19일 회원 23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9명은 보완수사권이나 보완수사요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보완수사요구권을 부여하거나 직접 수사권을 100%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준비 기간이 1년으로 짧은 만큼 혼선 또한 예상된다. 1년 안에 공소청 청사를 새로 짓거나 구하는 일 역시 숙제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과거 차세대 킥스 구축을 하는 데만 3년, 1500억 원이 들었다. 일각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들여 구축한 시스템인 만큼 다시 만드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은 이날 대검찰청 청사 퇴근길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국회의 의결을 존중한다”며 “형사 사법 시스템이 공백 없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법무부는 검찰청 해체에 따라 이날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도 입법예고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지금의 검찰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으니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라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라며 “법무부는 정부가 주도하는 후속 조치에 적극 임하면서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의 명령을 완수해 가겠다”고 썼다.

여야 정치권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정안 통과 직후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 국민들의 열망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며 “국민과 이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환영했다.



정 대표는 앞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검찰 개혁도 힘차게 닻을 올린다”며 “추석 귀향길 라디오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킬 수 있어서 저 개인도 기쁘다”고 말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대중 대통령님에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고 반색했다.

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수사와 재판을 한없이 지연시키고 수사기관 간에 업무 핑퐁만 늘어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범죄 피해자인 국민들만 더 힘들게 하는 검찰 개혁이 과연 개혁이 맞는가”라며 “범죄자들만 박수를 칠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 역시 개정안 통과 직후 논평을 내고 “오늘 대한민국의 정부 조직도는 민주당의 손에 의해 무참히 유린당했다”며 “‘검찰은 거악’이라는 민주당의 집요한 가스라이팅, 결국 그 왜곡된 선동이 검찰을 무너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서 “현재 검사가 2300명이고 수사관이 1만 1000명 있는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검찰 조직이 쪼개지면 이들은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못한다”며 “그럼 이 사람들은 1년의 준비 기간 무슨 생각을 할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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