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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비즈→시원차림…공공 언어부터 우리말 써야죠"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라디오 방송하며 바른 우리말 눈떠

한글단체 세우고 언어사학자 변신

쉽고 명확한 공공언어 확산 등 전력

한글창제, 백성의 권리 확대한 혁명

우수성 과시 말고 올바른 사용 먼저

외국어 남용 심각, 한글 소중함 알릴것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글 창제는 문자 생활이라는 상류층의 특권을 모든 백성의 권리로 확장시킨 위대한 혁명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1980~1990년대 인기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린 정재환(64)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이제 방송인보다 한글 운동가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방송 무대를 떠난 지 오래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 ‘언어’라는 화두를 던지며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2013년 성균관대에서 ‘해방 후 조선어학회·한글학회 활동 연구’로 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 대표는 2022년까지 모교에서 초빙교수를 지낸 후 현재는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또 미국 세인트메리대 경영대학 특임교수로도 활동 중인데 주로 한국 관련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정 대표는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인에서 언어사학자와 한글 운동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방송 언어’를 언급했다.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정확한 우리말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며 “특히 독서를 하면서 우리말과 글의 소중함을 알았고 우리말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는 깨달음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1990년대 사회적으로 불었던 ‘영어 공용어 논의’ 역시 자극이 됐다. 정 대표는 “영어는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배우면 되지 왜 공용어로 삼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결국 김영명 한림대 명예교수 등과 뜻을 모아 2000년 한글문화연대를 창립했다”고 돌아봤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사단법인이자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는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대학교수 등 학문적 연구자와 평범한 시민이 함께 모여 우리말을 가꾸고 외국어 남용 속에서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의 대표 성과 중 하나는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운동이다. 정 대표는 “1991년 공휴일에서 폐지됐던 한글날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고 결국 2013년 다시 법정 공휴일이 됐다”며 “또 ‘스크린도어’를 ‘안전문’으로, ‘쿨비즈’를 ‘시원차림’으로 바꾸는 등 공공 언어 개선 활동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글문화연대 활동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세종대왕 탄신일 국가기념일 제정’ 운동이다. 그는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이 사실 세종대왕 탄신일이기도 해 2013년 광화문에서 이를 알리는 활동을 벌였다”며 “이후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됐고 지난해 정부가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뒤 올해부터 공식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우리 사회 언어 현실에 대해 우려하며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외래어는 우리말 속에 들어와 우리말처럼 쓰이는 말인데 문제는 외국어 남용”이라며 “다음 달 17일에 관련 학술대회를 열어 외국어 남용에 무감각한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글의 소중함을 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후 한글문화연대 사무실 앞에서 ‘우리말 가꿈이’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성균관대를 비롯해 명지대·한국외대·한국방송통신대 등 여러 대학에서 오랜 기간 학생들을 가르쳤던 정 대표는 한글 창제의 역사적 의미를 ‘시대 구분’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한국사를 고려·조선 등으로 구분하듯 우리말·글 역사는 ‘한자 사용 시대’와 ‘한글 사용 시대’로 나뉜다”며 “세종대왕의 훈민정음(한글) 창제는 단순한 문자 발명에 그치지 않고 문자 생활이라는 상류층(양반)의 특권을 모든 백성의 권리로 확장시킨 위대한 혁명이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579번째 한글날을 맞아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정 대표는 겸손을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한글을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수성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서 세계 최고의 과학적인 문자라고 과시할 필요는 없다”며 “한글을 자랑하기보다는 올바른 소개를 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가진 훌륭한 역사와 문화, 자산을 세계와 공유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정 대표가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지향하는 장기적 목표는 쉬운 우리말로 된 공공 언어 확산이다. 공공 언어는 공공기관이나 정부·언론 등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를 말한다. 그는 “공공 언어는 쉽고 명확하게 전달돼야 하며 차별이나 오해가 없어야 한다”면서 “국어기본법에도 쉽고 바른 공공 언어 쓰기가 명시돼 있는데 누구나 차별 없이 의사소통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공 언어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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