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신분증 등 70여 개 핵심 시스템이 동시에 마비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2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발생 10시간 만인 오전 6시 30분께 초진이 완료됐지만 협소한 공간과 고열, 리튬배터리 특성상 완진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정자원 5층 전산실 내에 있는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전원을 작업자가 끄고 약 40분 지난 전날 오후 8시 20분께 알 수 없는 이유로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열기로 전산실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항온항습장치가 작동을 멈추자, 서버 등 장비 손상을 우려한 국정자원 측은 대전 본원 내 647개 시스템 전원을 모두 차단했다.
이번 화재는 ‘화재 취약성이 큰 국가전산시스템 문제’를 해소하려 배터리를 지하실로 옮기다가 화재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한번 불이 나면 꺼지기 어렵고,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날 오전 8시40분께 재발화하자 소방당국은 옥내 소화전을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고, 현재 연기를 빼는 배연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배터리 내부 단락으로 온도가 급상승하는 '열폭주' 현상이 이어지면 온도가 순간적으로 섭씨 1000도까지 치솟을 수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배터리에서 케이블을 분리해 방수작업을 시도했으나, 불꽃이 발생하는 등 폭발 위험이 있어 분리작업을 중단했다. 결국 배터리 열폭주가 계속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192개가 쌓여 있는 전산실 좌측에서 발생한 불이 우측편까지 확대돼 384개가 모두 탔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부 서비스 장애 관련 브리핑'에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우체국 금융과 우편 등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주요 정부서비스 장애부터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자원은 대전 본원과 광주·대구센터를 합쳐 정부 업무서비스 기준 총 1600여개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 본원에만 전체 국가 정보시스템의 3분의 1 이상이 몰려있는 셈이다.
이번 화재로 영향을 받은 정부 서비스는 현재까지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등 1등급 12개, 2등급 58개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24, 국민신문고시스템, 우체국 우편 등 대국민서비스는 물론 행안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홈페이지 및 관련 서비스 사이트, 온라인 공무원증, 정부 메일링시스템 등 서비스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아직 열기가 남아 있어 소방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전면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열기가 빠진 뒤 진입해 서버를 재가동하고 손상 여부를 하나하나 점검해야 해 복구 시점을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버 전원 연결이 차단된 상황이어서 백업 데이터를 활용하는 복구 작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와 공공기관 전산 시스템의 심장부가 피해를 입은 만큼 시스템 복구와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걸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위기경보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해 대응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각 부처 전산망을 신속히 점검하고 비상 체계를 가동해 국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김 총리는 "국가정보시스템 장애로 불편 겪으실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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